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이가 시비옹테크. 뉴욕=로이터 뉴스1

도하,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슈투트가트, 로마, 파리.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세계랭킹 1위)가 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도시 명단입니다.

 

이제 US 오픈 테니스 대회 개최 도시 뉴욕도 이 명단에 속하게 됐습니다.

 

시비옹테크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8·튀니지·5위)를 2-0(6-2, 77-6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이가 시비옹테크. 뉴욕=로이터 뉴스1

이날 승리로 시비옹테크는 또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레벨 결승에서 역대 전적 10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그마저 프로 데뷔 후 처음 치른 2019년 레이디스 오픈 루가노 결승에서 폴로나 헤르초그(31·슬로베니아·345위)에게 0-2(3-6, 3-6)로 패한 뒤로는 10전 전승입니다.

 

자베르 역시 이미 올해 이탈리아 오픈 결승에서 시비옹테크에게 0-2(2-6, 2-6)로 무릎을 꿇은 상태였습니다.

 

자베르는 결승에 오른 뒤 "시비옹테크는 결승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아주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시비옹테크는 이날 첫 열네 포인트 가운데 열두 포인트를 따내는 등 자베르를 앞도한 끝에 경기 시작 30분 만에 1세트를 가져갔습니다.

 

2세트 때도 시비옹테크가 3-0 리드를 잡았지만 서브와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자베르가 결국 4-4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두 선수가 자기 서브 게임을 지켜내면서 승부는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습니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일진일퇴를 이어가다 4-5 상황에서 시비옹테크가 내리 세 포인트를 따내면서 1시간 51분 만에 승부를 마무리지었습니다.

 

2022 US 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십 포인트. 유튜브 화면 캡처

올해 프랑스 오픈 챔피언인 시비옹테크는 이 우승으로 6년 만에 한 해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두 번 오른 여자 단식 선수가 됐습니다.

 

앙겔리크 케르버(34·독일·50위)가 2016년 호주 오픈US 오픈 챔피언에 오른 뒤로 매년 메이저 대회 챔피언은 4명이었습니다.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5·일본·44위)가 US 오픈과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한 게 두 번이지만 이 때는 해가 바뀝니다.

 

2020년에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던 시비옹테크보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많은 현역 여자 단식 선수는 오카사(4회) 한 명뿐입니다.

 

케르버와 오사카가 정상을 차지한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모두 하드 코트에서 대회를 치릅니다.

 

반면 시비옹테크는 클레이 코트(프랑스 오픈)에 이어 하드 코트까지 정복했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한 해에 각기 다른 코트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2015년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 이후 올해 시비옹테크가 처음입니다.

 

윌리엄스는 2015년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에 이어 잔디 코트 대회인 윔블던에서도 정상을 밝았습니다.

 

2018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 이가 시비옹테크. 여자프로테니스(WTA) 홈페이지

애슐리 바티(26·호주)도 2019년 프랑스 오픈, 지난해 윔블던, 올해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멀티 코트 메이저 챔피언' 타이틀을 얻었지만 이미 은퇴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윌리엄스, 바티와 달리 시비옹테크는 윔블던에서 4회전 이상 진출한 적이 없습니다.

 

시비옹테크는 올해 대회 3회전에서 알리제 코르네(32·프랑스·40위)에 0-2(4-6, 2-6)로 패하면서 37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습니다.

 

단, 2018년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 출신이라 잔디 코트에서 마냥 약하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2022 US 오픈 준우승자 온스 자베르. 뉴욕=로이터 뉴스1

자베르는 올해 윔블던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을 경험했지만 당시에도 결과는 준우승이었습니다.

 

한 해에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두 번 패한 것도 2019년 윌리엄스 이후 자베르가 처음입니다.

 

당시 윌리엄스 역시 윔블던US 오픈 결승에서 패했습니다.

 

자베르 관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건 올해 윔블던에서 랭킹 포인트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2022 US 오픈 준우승자 온스 자베르. 뉴욕=AP 뉴시스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뜻에서 러시아 선수 참가를 막았습니다.

 

이에 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 모두 세계랭킹 산정윔블던 결과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자베르는 윔블던에서 준우승하고도 랭킹 포인트가 대회 전 4340점에서 4010점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윔블던에서 랭킹 포인트(870점)를 더했다고 해도 1위로 올라서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WTA 역사상 두 번째로 약한 랭킹 2위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2022 US 오픈 여자 단식 결승 기념 촬영. 런던=로이터 뉴스1

지난해에는 US 오픈 3회전에서 탈락했던 자베르는 이번 준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1170점을 더했습니다.

 

총 포인트 5090점이 된 자베르는 12일 랭킹 발표 때 다시 2위 자리로 돌아갑니다.

 

랭킹 1위 시비옹테크는 자베르보다 2.036배 높은 1만365점입니다.

 

2015년 8월 24일 기준으로 1위였던 윌리엄스(1만2721점)가 2위 시모나 할레프(31·루마니아·6130점)보다 2.075배 높았던 것 다음으로 큰 차이입니다.

 

네, 시비옹테크는 윌리엄스, 슈테피 그라프(53·독일), 마리티나 힝기스(42·스위스)와 비교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한 겁니다.

 

자베르가 윔블던에서 870점을 더해 1.739배가 되었다고 해도 힝기스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힝기스는 1997년 8월 25일에 6566점으로 당시 2위 모니카 셀레스(49·미국·3778점)보다 1.738배 높은 랭킹 포인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윌리엄스의 출산 휴가를 기점으로 막을 올렸던 여자 테니스 열국지도 점점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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