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3위)의 메이저 대회 22연승 행진이 멈췄습니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챔피언인 나달은 5일(이하 현지시간) US 오픈 16강전에서 프랜시스 티아포(24·미국·26위)에게 1-3(4-6, 6-4, 4-6, 3-6)으로 패했습니다.
나달은 윔블던 준결승전을 앞두고 기권 선언한 걸 제외하면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나달이 메이저 대회 16강에서 탈락한 건 2017년 윔블던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에는 역대 최다(22회)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 보유자인 나달을 비롯해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 6명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US 오픈을 비롯해 총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스탄 바브링카(37·스위스·295위) 그리고 2020년 이 대회 챔피언 도미니크 팀(29·오스트리아·211위)은 1회전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2012년 이 대회를 비롯해 역시 메이저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앤디 머리(35·영국·51위)도 3회전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어 전날 '디펜딩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1위)가 탈락한 데 이어 이날은 2014년 챔피언 마린 칠리치(34·크로아티아·17위)까지 탈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대회 남자 단식 8강 대진표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겁니다.
2020년 바로 이 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으니까 이 자체로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단, 여자 단식까지 합치면 상황이 조금 변합니다.
남녀 단식 진출자 16명 가운데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건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1위) 딱 한 명뿐입니다.
프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8강 무대에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자가 1명뿐인 건 1974년 프랑스 오픈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연히 1968년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은 제외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호주 오픈은 1969년부터 프로 선수 출전을 허용했습니다.)
48년 전 파리에서는 일리에 너스타세(76·루마니아) 한 명만이 1972년 US 오픈과 1973년 프랑스 오픈 우승자였을 뿐 나머지 선수는 전부 '초짜'였습니다.
여자 테니스는 원래 열국지였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자 테니스 삼국지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 8강 진출자는 평균 24세로 2008년 US 오픈(23.6세) 이후 가장 어립니다.
또 올해 메이저 대회 전체 8강 진출자 평균 나이(26.6세)도 2011년(26.2세) 이후 가장 어립니다.
단, 2년 전 US 오픈 때도 비슷한 분석이 가능했지만 이후 메이저 대회를 8번 더 치르는 동안 지난해 US 오픈 챔피언 메드베데프를 제외하면 새 챔피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번 US 오픈에서는 확실히 새 얼굴이 챔피언에 오를 텐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