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19·스페인·세계랭킹 4위)가 남자 테니스의 사마염(236∼290)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위·촉·오로 나뉘어 있던 중국 삼국시대의 막을 내린 사마염처럼 알카라스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6위), 라파엘 나달(36·스페인·3위),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군림하던 '남자 테니스 삼국지'의 결말을 책임질 샛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알카라스가 올해 5월 마드리드 오픈 우승을 차지했을 때 이렇게 시작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 본문 중 랭킹은 현재 기준으로 바꿨습니다.)

 

이로부터 넉 달이 지나 알카라스는 'being 사마염' 첫 번째 미션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US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역대 최연소 남자 랭킹 1위에도 오른 겁니다.

 

US 오픈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카를로스 알카라스. 뉴욕타임스 제공

알카라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스페르 루드(24·노르웨이·7위)를 3-1(6-4, 2-6, 77-61, 6-3)로 물리쳤습니다.

 

1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2세트를 내준 알카라스는 3세트에서도 게임 스코어 5-6으로 역전 위기에 몰렸습니다.

 

3세트 12번째 게임에서 세트 포인트에 두 차례 내줬지만 타이브레이크 끝에 3세트를 따내면서 승기를 잡았습니다.

 

4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3-2 상황에서 루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분위기를 탔고 결국 서브 에이스로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2022 US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십 포인트. 유튜브 화면 캡처

이날 결승은 3시간 20분 = 200분이 걸렸습니다.

 

준결승까지 총 경기 시간 1219분을 기록했던 알카로스는 이번 대회 기간 총 1419분 동안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를 뛰어다닌 셈입니다.

 

메이저 대회 경기 시간이 남아 있는 1991년 이후 이보다 오래 코트를 누빈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루드도 이번 대회 경기 시간 총 1308분으로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1990년 이전은 메이저 대회 경기 시간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날이 만 19세 129일이었던 알카라스는 2005년 프랑스 오픈 우승 당시 만 19세 2일이었던 나달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10대 선수가 됐습니다.

 

US 오픈에서 10대 우승자가 나온 건 1990년 대회피트 샘프러스(51·미국) 이후 알카라스가 처음입니다.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10대 남자 단식 챔피언은 알카라스가 여덟 번째입니다.

 

나이 순서로 따졌을 때는 알카라스가 일곱 번째로 어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챔피언입니다.

 

▌역대 최연소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챔피언
 순위  이름  대회  만 나이
 ①  마이클 창  1989 프랑스 오픈  17세 110일
 ②  보리스 베커  1985 윔블던  17세 228일
 ③  마츠 빌란데르  1982 프랑스 오픈  17세 288일
 ④  비외른 보리  1974 프랑스 오픈  18세 10일
 ⑤  라파엘 나달  2005 프랑스 오픈  19세 2일
 ⑥  피트 샘프러스  1990 US 오픈  19세 28일
 ⑦  카를로스 알카라스  2022 US 오픈  19세 129일
 ⑧  스테판 에드버리  1985 호주 오픈  19세 323일
 ⑨  레이턴 휴잇  2001 US 오픈  20세 197일
 ⑩  존 매켄로  1979 US 오픈  20세 205일

 

단, 알카라스보다 어린 나이에 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번 대회를 랭킹 포인트 5100점으로 시작한 알카라스는 이날 우승으로 1640점(우승 2000점 - 지난해 8강 360점)을 더하면서 6740점을 기록했습니다.

 

알카라스는 그러면서 루드(5850점)에 890점 앞서 랭킹 1위가 됐습니다.

 

이어 나달이 5810점으로 3위 자리를 지켰고, 지난주까지 랭킹 1위였던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가 4위, 2위였던 알렉산더 츠베레프(25·독일)가 5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일리에 너스타세는 역대 첫 랭킹 1위 선수

알카라스 이전에 랭킹 1위에 한 번이라도 오른 선수는 27명이었고 그 중에는 레이턴 휴잇(41·호주)이 만 20세 268일에 1위에 오른 게 최연소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알카라스는 10대 선수로는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른 겁니다.

 

알카라스는 "어릴 적부터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이뤘다. 그래도 나는 아직 배고프다(I'm hungry for more)"고 말했습니다.

 

선수 시절 8주간 랭킹 1위에 올랐고 현재는 알카라스를 지도하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42) 코치는 "선수로서 아직 완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벌써 1위가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 점수를 내주고 있는 카스페르 루드(오른쪽). 뉴욕=로이터 뉴스1

루드 역시 이날 이겼다면 알카라스와 마찬가지로 메이저 대회 개인 첫 우승과 랭킹 1위 첫 등극 기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6-5로 앞서던 3세트를 내주면서 결국 나달에 패했던 프랑스 오픈에 이어 또 한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한 해에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두 번 기록한 건 2016년 앤디 머리(35·영국·51위) 이후 루드가 처음입니다.

 

머리는 당시 호주 오픈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모두 조코비치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루드는 이날 '라파 나달 아카데미' 출신다운 스포츠맨십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스코어 3-4 뒤지던 1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 루드는 알카라스가 듀스 코트 구석으로 찔러 넣은 서브를 받아 넘겼습니다.

 

네트 앞에서 기다리던 알카라스가 이를 드롭샷으로 연결하자 루드가 열심히 뛰어가 공을 넘겼습니다.

 

심판은 이 상황을 정상 플레이라고 판정했지만 루드가 먼저 공이 바닥에 두 번 튀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루드는 "솔직히 프랑스 오픈 때는 나달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은 기대가 더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세트 타이브레이크 상황이 아쉽다. (두 차례나 놓친) 세트 포인트 상황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되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스페인 선수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면서 웃었습니다.

 

루드는 26일 막을 올리는 코리아 오픈에도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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