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올해 '파리의 여왕'은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세계랭킹 1위)였습니다.
시비옹테크는 4일(이하 현지시간)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코코 고프(18·미국·23위)를 2-0(6-1, 6-3)으로 물리쳤습니다.
점수를 보고 짐작하실 수 있는 것처럼 시비옹테크가 우승을 확정하는 데는 1시간 8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모나 할레프(31·루마니아·19위)가 2019 윔블던에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276위)를 56분 만에 물리친 뒤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이 이렇게 빨리 끝난 적은 없었습니다.
시비옹테크는 35분 만에 1세트를 따냈고 2세트는 게임 스코어 0-2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그 뒤로 내리 5게임을 따내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자신이 롤 모델로 꼽는 라파엘 나달(36·스페인·5위)에게 그런 것처럼 시비옹테크에게도 롤랑 가로스는 점점 가장 좋은 놀이터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비옹테크는 2020년 프랑스 오픈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WTA 500에서 두 차례, WTA 1000에서 다섯 차례 우승했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이번 프랑스 오픈이 두 번째입니다.
시비옹테크는 "2020년에는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진짜 내 실력으로 이긴 것 같아 더욱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승도 기쁘지만 연승 기록을 세운 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승리로 2월 22월 카타르 오픈 1회전 이후 35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윌리엄스가 2013년 3월 21일부터 6월 29일까지 34연승을 이어갔던 걸 뛰어 넘는 기록입니다.
21세기 들어 이보다 길게 연승을 이어간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단, WTA 역대 최장 기록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6)가 1984년 남긴 74연승으로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시비옹테크는 이 기간 6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도 세웠습니다.
두 선수가 맞붙은 세 차례 경기는 언제나 시비옹테크의 2-0 승리로 끝났습니다.
고프는 이번 대회에서는 6경기 연속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고프에게 소득이 전혀 없던 건 아닙니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프랑스 오픈 8강이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결승까지는 올랐으니까요.
시비옹테크는 "고프가 울먹이길래 '나는 네 나이 때 투어 첫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울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습니다.
2018년 프랑스 오픈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고프는 이날이 만 18세 2개월 22일이었습니다.
2004년 윔블던 당시 만 17세 2개월 14일이었던 마리야 샤라포바(35·러시아) 이후 최연소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자가 바로 고프입니다.
고프는 "부모님과 두 남동생이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그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고프가 챔피언으로 파리를 떠날 기회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닙니다.
복식 23위 고프는 5일 어머니가 한국인인 제시카 퍼굴라(28·미국·복식 31위)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결승에 출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