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좌파'가 대세. 이라야스토야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프로야구에는 왼손 타자가 오른손 타자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왼손 타자가 오른손 타자보다 타석에 더 자주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총 5만5963타석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 중 50.2%인 2만8076타석이 왼손타자 차지였습니다.

 

왼손타자 타석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건 프로야구 4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는 13.9%만 왼손 타자 타석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왼손 타자 점유율은 39.7%가 전부였습니다.

 

10년 사이에 왼손 타자가 10.5% 포인트 늘어나게 된 겁니다.

 

왼손 타자가 이렇게 늘어난 건 물론 우투좌타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우투좌타 선수는 총 2만1330타석(38.1%)에 들어섰는데 이 역시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2012년에는 이 비율이 16.7%(6779타석)였으니까 10년 사이에 우투좌타 선수가 2.3배 늘어난 셈입니다.

 

2013년에 '우투좌타도 시든다'고 기사를 썼던 저 사진이 새삼 또 부끄러워지는 결과입니다.

 

왼손 타자 타석 점유율 = 우투좌타 + 좌투좌타 + (우투양타 × 오른손 투수)

다만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전체 6만2248타석 중 43.1%가 우투좌타 차지였습니다.

 

올해 센트럴리그(CL) 타격 트리플 크라운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村上宗隆·22·야쿠르트)가 현재 일본 대표 우투좌타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치로!(49), 마쓰이 히데키(宋井秀喜·48),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31·LA 에인절스) 모두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왼손 타자입니다.

 

일본 영향을 많이 받은 대만도 우투좌타 점유율 40.6%로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왼손 타자 오타니 쇼헤이. 로스앤젤레스(LA)=로이터 뉴스1

반면 메이저리그는 상대적으로 우투좌타가 적습니다.

 

올해 기준 메이저리그는 전체 18만2052타석 중 20.3%만 우투좌타 차지였습니다.

 

자연스레 왼손 타자 타석 점유율도 39.5%로 한국(50.2%), 일본(51.5%), 대만(48.7%)보다 낮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도 타이 콥(1886~1961), 테드 윌리엄스(1918~2002) 같은 전설적인 우투좌타 선수가 있었습니다.

 

'우투좌타 선수가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 일본만큼 우투좌타가 유행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올 시즌 오른손 타자로 11개, 왼손 타자로 22개 홈런을 쏘아 올린 앤서니 산탄데르. 토론토=로이터 뉴스1

일단 상대 투수에 따라 타석을 오가는 '스위치 히터'가 많다는 게 이유일 수 있습니다.

 

스위치 타자 타석 점유율은 △메이저리그 11.4% △일본 2.1% △한국 1.0%였습니다.

 

소위 '동양 야구'에서 스위치 타자가 멸종위기종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섹시한 소수자'인 셈입니다.

 

장타력이 떨어지면 메이저리그까지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투좌타는 기본적으로 장타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정교함을 얻는 선택이니까요.

 

반면 동양 야구에서는 '정교함'만으로도 1군에서 살아남을 만합니다.

 

▌2022 한국 - 일본 - 대만 - 메이저리그 투타 유형별 기록
 리그  투타  타율  출루율  장타력  OPS  BABIP  IsoP
 한국  우투우타  .252  .323  .374  .697  .296  .122
 우투좌타  .268  .341  .380  .721  .318  .112
 좌투좌타  .271  .355  .401  .756  .319  .130
 일본  우투우타  .242  .306  .376  .682  .286  .134
 우투좌타  .253  .319  .366  .685  .296  .113
 좌투좌타  .260  .325  .364  .689  .306  .103
 대만  우투우타  .255  .314  .348  .662  .306  .092
 우투좌타  .271  .334  .345  .679  .318  .074
 좌투좌타  .259  .324  .376  .700  .296  .118
 미국  우투우타  .247  .311  .402  .713  .296  .155
 우투좌타  .240  .316  .392  .708  .290  .152
 좌투좌타  .238  .313  .389  .702  .282  .152


일단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계시는 분이라면 OPS(출루율+장타력)가 무엇인지는 아실 겁니다.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는 '타자가 홈런이 아닌 페어 타구를 때렸을 때 타율'입니다.

 

타격이 얼마나 정교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지표가 바로 BABI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soP(Isolated Power)는 장타력(율)에서 타율을 뺀 값으로 '순수장타력(율)'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 표를 보면 한국, 일본, 대만 모두 우투좌타 선수가 우투우타 선수보다 BABIP은 높지만 IsoP는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고 하기 쉽지 않습니다.

 

AAA보다도 메이저리그에서 20% 가까이 적은 우투좌타

장타 대명사인 홈런을 보면 이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동양 야구에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안타 치는 재주가 있다면 홈런 생산력이 떨어져도 타석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홈런을 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마이너리그 AAA 레벨과 비교해도 메이저리그는 우투좌타 타석 점유율이 16.8% 줄어드는 셈입니다.

 

위 표에 나온 투타 유형별 IsoP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엇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AAA는 메이저리그로 가는 관문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엄연한 프로 리그입니다.

 

2022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우투좌타 선수 키움 이정후. 동아일보DB

그러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우투좌타 전성시대는 계속될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20대 이하만 따지면 우투좌타 타석 점유율(47.9%)이 우투우타(43.7%)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왼손 타자가 계속 50% 넘게 들어설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 이상에서 15.4%인 좌투좌타 타석 점유율이 20대 이하에서는 6.6%로 줄어들거든요.

 

요컨대 우리는 '어쩌다 왼손잡이'가 '늘 왼손잡이'를 쫓아내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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