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가 결국 코트를 떠납니다.
미국 패션 전문지 '보그'는 윌리엄스가 이 잡지 9월호에 쓴 에세이를 9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이 글에 "나는 은퇴라는 낱말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선호하는 표현은 진화"라고 썼습니다.
그다음 "테니스 선수에서 진화해 내게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는 이 글에 은퇴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몇 주 간 제대로 즐기겠다"고 밝혔습니다.
29일 막을 올리는 US 오픈이 세리나가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US 오픈 전에는 전초전 격으로 웨스턴 앤드 서던 오픈도 열립니다.
전조(前兆)가 없던 건 아닙니다.
세리나는 전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내셔널 뱅크 오픈 1회전에서 누리아 파리자스 디아스(31·스페인·57위)에 2-0(6-3, 6-4) 완승을 거뒀습니다.
윌리엄스가 단식에서 승리를 거둔 건 지난해 프랑스 오픈 3회전 이후 430일 만이었습니다.
윌리엄스는 승리 후 "이제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이는 것 같다"면서 빛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자유"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 US 오픈을 시작으로 세리나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총 23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프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 출전하기 시작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남녀부를 통틀어 최다 우승 기록입니다.
단, 아마추어 시절까지 따지면 마거릿 코트(80·호주)가 24회(아마추어 시대 13회, 오픈 시대 11회)로 메이저 대회 우승이 한 번 더 많습니다.
2017년 호주 오픈 우승 때만 해도 윌리엄스가 코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 뒤로는 올해 윔블던까지 한 번도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 호주 오픈 당시 윌리엄스는 딸 올림피아(5)를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그해 9월 1일 출산한 윌리엄스는 육아 휴직을 거쳐 이듬해(2018년) 프랑스 오픈을 통해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이 대회 4회전을 앞두고 가슴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한 윌리엄스는 바로 다음 대회였던 윔블던에서 결승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윔블던 준우승으로 '세리나는 역시 세리나'라는 사실을 확인 한 뒤 메이저 대회에 12번 더 출전했지만 끝내 정상을 되찾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윌리엄스는 "(24번째 우승이) 욕심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 "욕심 낼수록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제는 여기서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는 것과 가족 행복을 지키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윌리엄스는 보그 에세이를 딸이 동생을 달라고 소원을 비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둘째를 낳고 싶지만 현역 테니스 선수로는 출산을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윌리엄스가 출산으로 코트 위에서 잃게 된 게 메이저 대회 최다승만인 건 아닙니다.
윌리엄스는 총 319주 동안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슈테피 그라프(53·독일·377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6·미국·332주)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입니다.
윌리엄스는 랭킹 1위 최장 기록 역시 올림피아와 맞바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상금으로만 총 9460만 달러(약 1232억 원)를 벌었습니다.
물론 역대 1위 기록으로 이 부문 2위(4230만 달러)인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42)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입니다.
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코트 밖 수입은 약 3억4000만 달러(4429억 원)입니다.
남편인 알렉시스 오헤니언(39) '레딧' 공동 창업자도 물론 부자지만 윌리엄스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마리야 샤라포바(35·러시아)를 오래 응원한 한 사람으로서 윌리엄스가 좋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
그렇다고 어찌 부인할 수 있겠습니다.
윌리엄스는 코트 안팎에서 테니스는 물론 여성 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간판' 그 자체였습니다.
여성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앞날에 영광과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