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2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라파엘 나달. 멜버른=AP 뉴시스

라파엘 나달(36·스페인·5위)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21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은 선수가 됐습니다.

 

나달은 30일 멜버른에서 열린 2022 호주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2위)에게 3-2(2-6, 6-75-7, 6-5, 6-5, 7-5)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날 5시간 24분 동안 경기를 치른 두 선수는 2019년 US 오픈 결승전 때도 4시간 50분 동안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나달이 2-0으로 앞서다가 2-2로 쫓겼는데 이번에는 반대 양상이었습니다.

 

단, 당시에도 승자는 이번 호주 오픈처럼 나달이었습니다.

 

나달은 이번 대회 개막 전까지 로저 페더러(41·스위스·17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1위)와 함께 메이저 대회 최다(20회) 우승 기록을 공동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페더러는 무릎 부상 때문에,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호주 정부로부터 입국 비자를 취소 당해 이번 대회에 참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빠진 사이 나달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호주 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나달은 2012년, 2014년, 2017년, 2019년에도 호주 오픈 정상에 올랐지만 전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프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호주 오픈에서 가장 준우승을 많이 한 선수가 나달입니다.

 

2022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십 포인트. 유튜브 화면 캡처

나달은 이날 승리로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전부 두 차례 이상 우승하는 '더블 그랜드 슬램' 기록도 남겼습니다.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 열세 번, 윔블던에서 두 번, US 오픈에서 네 번 우승을 차지한 상태였습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이 기록을 남겼지만 페더러는 프랑스 오픈 우승이 2009년 한 차례밖에 없습니다.

 

오픈 시대 이후 더블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건 조코비치와 나달 둘뿐입니다.

 

호주 오픈이 메이저 대회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1973년부터라 그 전에도 호주 출신인 로이 에머슨(86), 로드 레이버(84) 두 명만 이런 기록을 남겼을 뿐입니다.

 

허벅지 통증 치료를 받고 있는 다닐 메드베데프. 멜버른=로이터 뉴스1

반면 지난해 US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은 메드베데프는 이날 허벅지 통증에 시달린 끝에 두 개 대회 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메드베데프가 이날 승리했다면 ATP 역사상 처음으로 첫 메이저 대회 우승 이후 바로 다음 대회 정상까지 차지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메드베데프가 이날 우승했다면 조코비치를 밀어내고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 역시 '다음 기회에…'가 되고 말았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에도 호주 오픈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올해 우승이 아니면 랭킹 포인트를 끌어올릴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발바닥 통증으로 프랑스 오픈이 끝난 뒤로 지난해 일정을 모두 접었던 나달도 랭킹 변동 없이 5위 자리를 유지합니다.

 

나달은 자기 서브 차례였던 다섯 번째 게임을 내주며 2-3으로 끌려가기 시작한 뒤 결국 42분 만에 1세트를 내줬습니다.

 

이후 5세트 다섯 번째 게임을 따내 게임 스코어 3-2로 앞서기 전까지 나달은 계속 메드베데프에게 뒤진 채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 대회 공식 데이터 분석 업체 '인포시스'는 경기 시작 2시간 6분 만에 1, 2세트를 모두 내주자 나달이 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4%라고 계산하기도 했습니다.

 

나달은 5세트 때도 게임 스코어 5-4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허용하면서 마지막 위기를 맞았지만 듀스 끝에 메드베데프의 서브 게임을 따내면서 한숨 돌렸습니다.

 

이어 마지막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따내면서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 '로먼 브룩스컵'을 깨무는 라파엘 나달. 멜버른=로이터 뉴스1

나달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발바닥 관절에 변형이 찾아오는 '뮐러-와이즈 신드롬' 때문에 은퇴를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우승이 그에게는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번 메이저 대회는 나달에게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오픈입니다.

 

현재 상황만 보면 나달이 올해 프랑스 오픈이 끝나면 22번째 들어올리는 게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조코비치가 못 나오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었을까요.

 

역대 최고 테니스 선수를 향한 빅3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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