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
만약에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이 허상으로 다룰 수 있다면…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 코트는 영국 시인 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이 쓴 '만약에(If―)' 시구(詩句)로 선수를 맞이합니다.
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4위)은 결국 성공과 실패를 똑같은 허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나달은 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온종일 생각했는데 계속 대회에 참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준결승전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나달은 전날 4시간 21분 혈투 끝에 테일러 프리츠(25·미국·13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경기 도중 복부 통증이 찾아왔지만 메디컬 타임아웃까지 써가면서 결국 3-2(3-6, 7-5, 3-6, 7-5, 7-6)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 경기를 소화하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나달은 "한 경기 때문에 복귀에 두세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선택을 내리기에는 이제 내 나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타이틀보다 행복과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챔피언인 나달은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던 중이었습니다.
만약 나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스 슬램'에 성큼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평가 받는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3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거부로 US 오픈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올해 프랑스 오픈 우승 때 썼던 것처럼 나달은 본인이 건강하게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결국 그에 어울리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거꾸로 나달의 준결승 상대였던 닉 키리오스(27·호주·40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게 됐습니다.
키리오스는 사실 메이저 대회 4강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었던 선수였습니다.
나달이 메이저 대회 도중 경기에 앞서 기권 의사를 밝힌 건 2016년 프랑스 오픈 3회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