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두바이 챔피언십 참가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입국한 노바크 조코비치. 두바이=AP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속 거부하면 세계 최고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바로 그렇습니다.

 

조코비치는 2020년 2월 3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다음주가 되면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가 2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메드베데프가 랭킹 1위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2 두바이 챔피언십 8강에서 패한 노바크 조코비치. 두바이=로이터 뉴스1

조코비치는 24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두바이 챔피언십 8강에서 이리 베셀리(29·체코·123위)에게 0-2(4-6, 64-77)로 완패했습니다.

 

두바이 챔피언십은 우승자가 랭킹 포인트 500점을 가져 가는 ATP 500에 해당하는 대회입니다.

 

2020년 이 대회 챔피언 조코비치는 이날 패배로 랭킹 포인트 410점을 잃어 총 8465점이 됐습니다.

 

(2020년 대회 성적이 여전히 랭킹에 영향을 주는 건 코로나19 특별 규칙 때문입니다.)

 

지난해 연말에 1만1540점이었던과 비교하면 3075점이 줄어든 것.

 

역대 27번째로 남자 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른 다닐 메드베데프. 아카풀코=로이터 뉴스1

반면 메드베데프는 같은 날 멕시코 오픈 8강에서 니시오카 요시히토(西岡良仁·27·일본·103위)에게 2-0(6-2, 5-3) 완승을 거뒀습니다.

 

멕시코 오픈 역시 ATP 500에 해당하는 대회.

 

메드베데프는 이 승리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더해 8615점을 확보하면서 조코비치에게 150점 앞섰습니다.

 

물론 이 대회 최종 결과에 따라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8640점으로 조코비치에게 2900점 뒤졌던 걸 생각하면 '대역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호주에서 추방 당하고 있는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로이터 뉴스1

조코비치가 역전을 허용한 제일 큰 이유는 호주 오픈 때문입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바람에 자신이 트리플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받는 2000점을 전부 잃었습니다.

 

반면 지난해 결승에서 조코비치에 패했던 메드베데프는 올해도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1200점을 그대로 지켰습니다.

 

역대 최장인 총 361주 동안 1위 기록을 남기고 있는 조코비치는 트위터를 통해 메드베데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조코비치가 생애 처음 랭킹 1위에 오른 건 2011년 7월 4일이었습니다.

 

이후 랭킹 1위에 한번이라도 오른 건 로저 페더러(41·스위스·29위), 라파엘 나달(36·스페인·5위) 그리고 앤디 머리(35·영국·89위)뿐입니다.

 

페더러가 처음 랭킹 1위에 오른 2004년 2월 2일 이후로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테니스 팬들은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을 한 데 묶어 흔히 '빅3', 여기에 머리까지 더하면 '빅4'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메드베데프는 빅4가 아닌 선수로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른 겁니다.

 

메드베데프는 "랭킹 1위에 오르는 건 내 인생의 꿈이었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메드베데프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테니스 선수로서 관련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힘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평화를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테니스 선수가 남자 랭킹 1위에 오른 건 예브게니 카펠니코프(48), 마라트 사핀(42)에 이어 메드베데프가 세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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