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테니스연맹이 기어이, 드디어, 마침내 고집을 꺾었습니다.
다른 메이저 테니스 대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오픈에서도 마지막 세트(ex. 여자 단식 3세트, 남자 단식 5세트)에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
US 오픈은 1970년, 윔블던과 호주 오픈은 2019년부터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를 채택했지만 프랑스 오픈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러나 5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리는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는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단, 프랑스테니스연맹 독자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닙니다.
4대 메이저 대회 주관 협의체인 '그랜드 슬램 이사회'(the Grand Slam Board)는 '올해 남은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 모두 똑같은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16일 발표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이전에는 메이저 대회마다 마지막 세트 때 사용하는 타이브레이크 규칙이 달랐다는 뜻.
메이저 대회 챔피언에서 프랑스 오픈 이사가 된 아멜리 모레스모(43)는 "선수들조차 어떤 규칙을 쓰는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똑같은 규칙'은 호주 오픈에서 채택 중인 '슈퍼 타이브레이크'를 뜻합니다.
타이브레이크는 일반적으로 7점으로 승부를 가리지만 슈퍼 타이브레이크는 10점이 기준입니다.
마지막 세트에 게임 스코어 6-6이 되면 △상대에 2점 이상 앞선 채로 10점에 먼저 도달하거나 △10점 이후에 상대에 2점 앞서면 승리를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10-9로는 이길 수 없지만 11-9가 되면 승리를 확정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마지막 세트에 타이브레이크 제도를 채택한 US 오픈은 마지막 세트 때도 그냥 평범한 7점제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윔블던은 타이브레이크 자체는 7점이지만 게임 스코어 12-12가 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타이브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면 거꾸로 '굳이 이렇게 기다려야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또 나오게 마련입니다.
프랑스 오픈은 옛날 스타일대로 두 게임을 앞서는 선수가 나올 때까지 '끝장 승부'를 보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회 메인 경기장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 '승리는 가장 끈질긴 자의 것'이라고 써놓았으니 이 고집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세를 마냥 거스르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올해부터는 프랑스 오픈에서도 마지막 세트 승부가 게임 스코어 6-6까지 이어지면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합니다.
프랑스 오픈 역사상 가장 긴 경기는 2004년 5월 25일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나왔습니다.
파브리스 산토로(50·프랑스)가 같은 나라 출신 아르노 클레망(45)을 3-2(6-4, 6-3, 6-7, 3-6, 16-14)로 꺾은 경기가 끝나는 데는 6시간 33분이 걸렸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 4대 메이저 대회 최장 경기 시간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2010년 윔블던 1회전에서 존 이스너(37·미국)와 니콜라 마위(40·프랑스)가 2박 3일 동안 총 11시간 5분에 걸쳐 경기를 벌인 게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