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 중인 노바크 조코비치. BBC 화면 캡처

"그 정도는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여기서 '그 정도'는 메이저 대회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는 일을 뜻합니다.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랭킹 1위)에게는 백신 접종이 그만큼 싫은 일입니다.

 

조코비치는 영국 BBC 방송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 출연해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조코비치가 백신 회의론자라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그가 스스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상태라고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 중인 노바크 조코비치. BBC 화면 캡처

'왜 백신을 맞지 않았냐'는 질문에 조코비치는 "내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몸에 대해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어떤 타이틀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이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테니스 대회 개최국에 대부분 갈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라면 나가지 않을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의무라면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도 불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코비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호주 정부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AP 뉴시스

조코비치는 지난달 호주 오픈을 앞두고 이 남반구 나라에 들어가려다가 멜버른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조코비치는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호주 이민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호주 이민부는 "조코비치 비자를 취소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에도 장관 직권으로 비자를 취소했습니다.

 

조코비치는 다시 이 문제를 호주 법원으로 끌고 갔지만 이번에는 법원도 이민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조코비치는 대회 개막을 하루 남겨 놓고 호주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조코비치가 4연패를 노리던 이 대회 남자 단식 우승은 결국 라파엘 나달(36·스페인·5위)이 차지했습니다.

 

나달은 이 우승으로 조코비치 그리고 로저 페더러(41·스위스·17위)를 제치고 4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역대 최다(21회)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면 조코비치에게 돌아갔을 스포트라이트가 나달을 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번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은 나달 텃밭인 데다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가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따라서 나달이 최다 우승 기록을 22회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예측일 겁니다.

 

호주 오픈 참가를 기대하며 연습 중이던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로이터 뉴스1

물론 백신 회의론자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조코비치 역시 "백신 접종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접종 여부를)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 자유를 지키는 대가로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에게도 이 자유를 막을 권리는 없을 없을 겁니다.

 

호주 오픈 때 문제가 됐던 건 자기 자유도 지키면서 욕심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남자프로테니스(ATP)에 따르면 현재 세계랭킹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건 조코비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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