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너무 따르지 않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덕에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습니다.
물론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랭킹이 올랐다는 건 자기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가 이미 있던 랭킹 포인트를 잃었다는 뜻.
현재 2위 조코비치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는 딱 한 명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뿐입니다.
메드베데프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인디언 웰스 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가엘 몽피스(36·프랑스·28위)에게 1-2(6-4, 3-6, 1-6)로 역전패했습니다.
인디언 웰스 오픈은 우승 선수가 랭킹 포인트 1000점을 받아가는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1000'에 해당하는 대회입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16강에 오르면서 랭킹 포인트 90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3회전 패배로 45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오픈 13 프로방스 우승으로 받은 250점도 잃은 상태입니다.
이러면 메드베데프의 현재 랭킹 포인트는 8410점이 됩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상태라 인디언 웰스 오픈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잃어버릴 포인트도 없습니다.
결국 랭킹포인트 8465점을 유지하면서 메드베데프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지 3주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ATP에서 21일자 랭킹을 발표하면 조코비치는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장 1위 기록을 최소 363주까지 늘리게 됩니다.
다음달 4일 랭킹 발표 때 누가 1위에 있을지는 마이애미 오픈 결과에 달렸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에 역시 ATP 마스터스 1000에 대항하는 이 대회 8강에 올랐습니다(180점).
따라서 메드베데프가 지금보다 랭킹 포인트를 끌어올리고 싶다면 최소 준결승에 올라야 합니다.
이러면 랭킹 포인트 8590점으로 조코비치를 넘어설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없다면 여전히 조코비치가 1위입니다.
그리고 조코비치가 다음 번 랭킹에서도 1위를 지킨다면 랭킹 1위로 6월을 맞이할 확률이 높습니다.
6월이 기준이 되는 건 조코비치가 지난해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받은 2000점 향방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강 진출자인 메드베데프가 프랑스 오픈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360점)를 다 잃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거꾸로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 2연패에 성공하면 '장기 집권'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 오픈이 정책을 바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면 조코비치는 또 '랭킹 미끄럼틀'에 가만히 앉아 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