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US 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라파엘 나달. US 오픈 홈페이지
결국 삼국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라파엘 나달(33·스페인·세계랭킹 2위)이 2019년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개인 통산 19번째 메이저 대회 트로피 수집에 수집에 성공했습니다.
나달은 8일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19 US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3·러시아·5위)를 상대로 4시간 50분 동안 경기를 벌여 3-2(7-5, 6-3, 5-7, 4-6, 6-4)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2017년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이후 이번 대회까지 남자 단식 우승자는 모두 나달 아니면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 아니면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가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 '빅3' 중 맏형 페더러가 개인 통산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건 2003년 윔블던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올해 US 오픈까지 메이저 대회는 총 66번 열렸고 그 중 55번(83.3%)을 빅3가 차지했습니다.
페더러가 20번으로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된 1968년(오픈 시대) 이후 최다 우승 기록을 썼고, 나달이 이번 우승으로 페더러를 한 개 차이로 뒤쫓게 됐습니다. 조코비치는 올해 윔블던까지 16번 우승했습니다.
'흙신' 나달이 제일 많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곳은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12번)이고 그다음이 US오픈(4번)입니다. 나달은 올해 이전에 2010, 2013, 2017년 US 오픈 챔피언이었습니다.
오픈 시대 이후 US 오픈 남자 단식에서는 지미 코너스(47·미국), 피트 샘프라스(48·미국), 페더러가 각 5회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달이 이번에 네 번째 우승으로 존 맥켄로(60)와 타이 기록을 썼습니다.
나달은 시상식 인터뷰 때 "미친 경기(crazy match)였다. 내 선수 경력을 통틀어서도 매우 감동적인 날"이라면서 "오늘 메드베네프는 왜 자신이 세계 랭킹 5위인지 증명했다. 메드베데프는 앞으로 우승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US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결승 기록을 남긴 다닐 메드베데프. 뉴욕=AP 뉴시스
빅3 전성시대가 이어지면서 남자 테니스에서는 10대 챔피언은커녕 20대 챔피언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만약 이날 메드베데프가 나달을 꺾었다면 2016년 윔블던 때 앤디 머리(32·영국·328위) 이후 첫 번째 20대 챔피언이 될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이날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전이었던 메드베데프는 "경기가 끝나고 나니 나달이 지금까지 18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장면을 모아서 틀어주더라. 만약 내가 우승했다면 어떤 동영상을 틀어줬을지 궁금하다"고 우스개 소리를 던졌습니다.
이어 '(세트 스코어) 0-2로 뒤지고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는 "한 20분 뒤에 0-3으로 지고 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답하면서 이날 경기가 열린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또 한번 웃음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기간 볼보이가 들고 있던 수건을 거칠게 빼앗고 관중석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등 악동 이미지를 얻었던 메드베데프는 "나도 사람이라 대회 도중에 실수가 있었다"고 반성하면서 "오늘은 경기를 더 오래 보려는 팬 어려분 응원 덕에 에너지르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는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세계랭킹을 한 계단 끌어올리게 됩니다.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톱4 선수인 것. 메드베데프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그날이 빅3 전성시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