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안방 경기 때 무키 베츠. 보스턴=로이터 뉴스1
무키 베츠(28)가 연봉 조정 자격 선수 최고 연봉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은 보스턴이 베츠와 2700만 달러(약 314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놀런 아레나도(29)가 콜로라도와 계약하면서 2600만 달러를 받은 게 연봉 조정 자격 선수 최고 연봉이었습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베츠는 올해도 150경기에 나서 OPS .914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정규리그 막바지부터 '보스턴에서 베츠를 트레이드 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베츠는 2020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습니다. '총알' 부족으로 FA 베츠를 잡기 어려운 보스턴이 그를 내주는 대가로 유망주를 받아올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계시는 분은 제가 '이런 선수를 팔겠다는 거지?' 시리즈를 올린 걸 보셨을 겁니다.)
물론 아직 트레이드 시도가 끝이 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조금씩 보스턴 잔류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베츠는 2018 시즌을 마치고 2000만 달러에 보스턴과 계약을 맺었는데 이 역시 연봉 조정 자격 2년차 선수가 세운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면 연봉 조정 자격 1년차 기록도 있겠죠? 그 기록 보유자는 코디 벨린저(25)입니다. 벨린저도 이날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1150만 달러(약 134억 원)에 계약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게 연봉 조정 자격 1년차 최다 연봉 기록입니다.
연봉 조정 자격이 있다는 건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3~5년 동안 뛰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에서 6년 동안 뛰고 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습니다.
'일반적으로'라고 쓴 건 1년에 172일을 기준으로 하는 서비스 타임이 2년 이상 3년 미만인 선수 가운데서도 '슈퍼 2'라고 부르는 일부는 연봉 조정 자격을 얻기 때문입니다.
FA가 되기 전 각 구단은 선수에 대해 보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 그 선수가 다른 팀과는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구단은 어떻게든 몸값을 깎으려 듭니다.
그러면 '내가 저 FA보다 못한 게 없는데 연차가 낮다고 무조건 적게 받으라는 게 말이 돼?'하고 생각하는 선수가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노사는 1974년 단체협약(CBA)을 통해 연봉 조정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만약 연봉 자격 조정 자격이 있는 선수와 구단이 CBA에 미리 정한 까지 연봉 계약을 맺는데 실패하면 - 올해는 당연히 10일이 기한이었습니다 - 각자 희망 연봉을 연봉 조정 위원회에 제출합니다.
연봉 조정 위원회는 야구계에 종사하지 않는 세 사람으로 꾸립니다. 미국중재협회(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로부터 중재 위원을 추천 받은 다음 선수 노동조합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각자 기피 인물을 지워가는 방식으로 세 명을 추리게 됩니다.
청문회를 열게 되면 선수가 먼저 자기가 그 연봉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구단에서 이를 반박하고, 이를 다시 선수가 반박하면, 다시 구단이 이를 반박하고, 선수가 다시 이를 반박하면, 구단에서 이를 반박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새로 논란 거리가 있을 때는 여기서 한 번씩 더 반론 기회를 줍니다.
제도 이름에는 '중재(仲裁)'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이 위원회에서 가운데를 선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어느 쪽 주장이 더 맞는지 따져서 한 쪽 손을 들어줍니다. 그러면 선수 또는 구단에서 써낸 금액이 그 선수 몸값이 됩니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 홈페이지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12년까지 연봉 조정 위원회는 총 500번 열렸으며 구단이 286번(57.2%), 선수가 214번(42.8%) 이겼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청문회까지 가는 일은 잘 없습니다. 청문회를 열기 전에 계약에 합의하는 사례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연봉 계약 기한은 1월 11일이었는데 아레나도가 콜로라도와 계약을 맺은 건 그달 31일이었습니다.
유지현 현 LG 코치. 동아일보DB
물론 한국 프로야구에도 연봉 조정 제도가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을 보면 제 75조부터 제 80조까지가 연봉 조정 관련 내용입니다.
제75조 [조정신청] ①구단과 보류선수 사이에 연봉 등 금전에 관한 사항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 구단 또는 선수는 총재에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KBO의 소속선수로 활동을 개시한 날로부터 만 3년을 경과하지 않은 선수는 조정을 신청할 수 없다.
②조정을 신청하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월 10일(이하 "조정 신청 마감일"이라 한다) 18:00까지 조정신청서를 총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조정신청 마감일이 공휴일(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을 말하고, 토요일, 일요일을 포함하며, 이하 같다)인 경우에는 그 후 최초로 도래하는 공휴일 아닌 날을 조정신청 마감일로 보고, 그 날의 18:00까지 조정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③제 2항 소정의 조정신청서에는 신청인이 원하는 연봉을 기재하여야 한다.
[1985.12.17 ➜ 1991.2.12 ➜ 2002.12.10 개정]
제76조 [조정위원회] 총재는 조정신청이 있는 경우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제77조 [조정기간] 조정위원회는 조정신청 마감일로부터 10일 이 내에 조정을 종결하여야 한다.
[1991.2.12 ➜ 2002.12.10 개정]
제78조 [자료제출] ①선수 및 구단은 조정신청 마감일로부터 5일이 되는 날(이하 "자료제출 마감일"이라 한다)의 18:00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연봉을 산출한 근거자료를 KBO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자료제출 마감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 후 최초로 도래하는 공휴일 아닌 날을 자료제출 마감일로 보며 그 날의 18:00까지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이 경우 공휴일은 제 77조의 조정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②자료제출 마감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선수 또는 구단이 있는 경우 조정위원회는 자료를 제출한 당사자가 원하는 연봉을 조정된 연봉으로 결정한다.
③자료제출 마감일까지 선수 및 구단 모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조정신청이 취하된 것으로 본다.
[2002.12.10 개정]
제79조 [조정의 구속력] ①선수와 구단은 조정이 종결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조정된 연봉(이하 "조정금액"이라 한다)에 따라 선수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②제1항에 따른 선수계약을 거부하는 선수는 임의탈퇴선수로 신분이 변경된다.
③구단이 제1항에 따른 선수계약을 거부하는 경우 당해 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다
④총재는 제1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한 후 즉시 제 2항 및 제 3항에 따른 선수 신분의 변동 사실을 공시하며, 그 공시일에 신분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
⑤선수와 구단은 제 1항 소정의 선수계약을 체결한 후 지체 없이 총재에게 계약서를 제출하고, 제 44조에 따른 선수계약의 승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2001.10.31 ➜ 2002.12.10 개정]
제80조 [구단이 조정을 거부한 경우의 특례] ①제79조 제3항에 따라 구단이 조정을 거부하여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선수가 다른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해 선수 및 구단은 선수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당해 선수의 전 소속구단 (이하 "조정을 거부한 구단"이라 한다)에 선수계약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②조정을 거부한 구단은 선수가 다른 구단과 제1항 소정의 선수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조정금액에 따른 연봉의 10분의 1을 매월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구단의 연봉 지급의무는 당해 연도 2월부터 5월까지의 연봉에 한한다.
③선수가 제1항에 따라 다른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조정을 거부한 구단과 다른 구단 사이에 선수계약의 양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제 10장의 규정을 준용한다.
④제 3항의 경우 이적료는 조정금액과 제2항에 따라 조정을 거부한 구단이 선수에게 지급한 연봉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2001.10.31 ➜ 2002.12.10 개정]
※ 제74조 [선수계약양도의 특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연봉 조정을 신청한 건 1984년 강만식(63·당시 해태)과 이원국(70·MBC)이었습니다. 조정위원회는 구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후 97명이 더 연봉 조정 신청을 했지만 실제로 조정위원회까지 간 건 20번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연봉 조정 신청 이후 선수와 구단이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조정위원회까지 간 20번 가운데 선수가 이긴 건 2002년 LG 유지현(49)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구단이 이겼습니다. 2011년 유지현은 연봉 2억 원을 받았는데 당시 유지현은 2000만 원 인상을 요구했고 구단은 1000만 원 감액을 제시했습니다.
연봉 조정 신청에서 패한 사례 가운데는 2011년 롯데 이대호(38)가 제일 유명한 케이스. 2010년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7관왕)에 오른 이대호는 연봉 7억 원을 요구했지만 롯데는 6억30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하릴없이 연봉 6억3000만 원을 받고 롯데에서 뛴 이대호는 이듬해 FA 자격을 얻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했습니다.
이듬해 LG에서 뛰던 이대형(37)이 연봉 조정 신청을 했지만 원래 구단에서 제시한 연봉 8500만 원에 계약하면서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연봉 조정을 신청한 선수가 없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렇게 연봉 조정을 신청하는 선수가 드문 건 제도가 너무 구단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구단에 이렇게 유리한 건 KBO 규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조정위원회 구성 권한이 총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각 구단에서 FA 몸값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게 사실이라 아마 당분간은 이런 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