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배구 팬 여러분 '발리 크리스마스'입니다. 2라운드 노우트 때 약속 드렸던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이날 수원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우리카드 안방 팀 한국전력을 3-1로 물리치면서 이번 시즌 3라운드 그리고 전반기가 끝이 났습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고, 우리카드가 창단 후 처음으로 2위로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3위는 3라운드 들어 치고 나온 현대캐피탈에 돌아갔습니다. 4위 삼성화재와 5위 OK저축은행도 여전히 '봄 배구'를 가시권에 두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에도 봄 배구와 멀어지는 분위기입니다.


▌2018~2019 V리그 전반기 남자부 순위
 순위  팀  승점  승  패  세트득실률
 ①   대한항공  36  13  5  1.571
 ②   우리카드  33  12  6  1.323
 ③   현대캐피탈  33  11  7  1.615
 ④   삼성화재  29  9  9  1.000
 ⑤   OK저축은행  26  9  9  0.919
 ⑥   한국전력  17  5  13  0.556
 ⑦   KB손해보험  15  4  14  0.604



• 아래는 전반기 각 팀 라운드별 승점 획득 현황을 그래프로 정리한 것.



대한항공은 참 꾸준했고, 우리카드는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분위기. 대신 현대캐피탈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삼성화재는 제자리 걸음 중이고, OK저축은행은 DTD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고, KB손해보험은 길고 길었던 12연패 터널을 벗어나 희망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반기 최우수선수(MVP)를 뽑는다면 역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 정지석(24)이 제일 유력 후보입니다.


대한항공 정지석.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정지석은 공격 성공률 2위(56.3%)를 기록하면서 279점(경기당 평균 15.5점)을 올렸습니다. 리그 전체 7위(국내 선수 4위)에 해당하는 기록.


이 팀 외국인 선수가 비예나(26·스페인)가 아니었다면 공격 공헌도가 조금 더 올라갔을 수도 있습니다.


정지석은 서브 리시브 성공률(48.4%)에서도 2위입니다. 현대캐피탈 박주형(32)만이 정확하게 서브 리시브 성공률 50%로 정지석보다 앞서 있을 뿐입니다.


정지석은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에서도 세트당 1.72개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 FA로이드를 맞은 우리카드 나경복(25) 역시 MVP급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우리카드 나경복(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총 득점에서는 OK저축은행 송명근(26)이 297점으로 국내 선수 1위지만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는 나경복이 17.3점으로 송명근(16.5점)에 앞섭니다.


나경복(294득점)이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나서지 못해 3점 차이를 뒤집지 못했을 뿐입니다.


우리카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34·콜롬비아)가 전력에서 이탈했고 대신 들어온 펠리페(31·브라질) 역시 신영철 감독에게 찍힌데다 무릎 통증으로 14경기 59세트밖에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경복이 이 정도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면 순위표에서 우리카드 자리가 많이 달랐을지 모릅니다. 나경복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습니다.



• 현대캐피탈에서는 단연 다우디(24·우간다)가 MVP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8경기 26세트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다우디는 현대캐피탈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현대캐피탈 다우디(14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1, 2라운드 12경기에서 승점 17점을 따는 데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다우디가 팀에 녹아 들이 시작한 3라운드 6경기에서는 승점 18점을 보탰습니다.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선두 대한항공에 2-3으로 패한 뒤 나머지 다섯 경기 모두 3-0 완승.


다우디는 3라운드 6경기에서 몰방(沒放) 토스를 받아 공격성공률 56.8%를 기록하면서 총 136점(경기당 평균 22.7점)을 올렸습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없어) 어려울 때 국내 선수들끼리 잘 단결에서 버텨준 덕에 지금 힘을 받는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습니다.



•  삼성화재에서는 박철우(34)가 MVP급 활약을 선보였지만 송희채(27)가 무너지면서 3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삼성화재 송희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번 시즌 송희채는 두 가지가 안 됩니다. 바로 공격과 수비.


지난 시즌 53.4%였던 공격 성공률은 이번 시즌 43.6%로 내려왔고, 서브 리시브 성공률 역시 45.8%에서 32.5%가 됐습니다.


삼성화재로서 안타까운 건 32.5%가 팀내 서브 리시브 성공률 1위 기록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서브 리시브 타령을 혐오하지만 '팀 최고 기록'이 이 정도라면 문제입니다.



• OK저축은행에서는 송명근이 제일 잘한 선수이기도 하고 제일 아쉬운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OK저축은행 송명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현재 프로배구는 국가대표 선수가 빠진 채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OK저축은행에는 국가대표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상위권으로 올라가려면 이럴 때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OK저축은행은 24일 주전 선수 세 명이 빠진 현대캐피탈에 0-3 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서 국내 선수 득점 1위 송명근은 공격성공률 38.5%(6득점)에 그쳤고 OK저축은행은 현대캐피탈 상대 9연패에 빠졌습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공격수들이 부담 때문에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어떤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지 대화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전반기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결국 가빈전력 모드였습니다.


한국전력 가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문제는 이제 가빈(33·캐나다)이 우리가 알던 그 갑인(甲人)이 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고, 한국전력이 삼성화재가 되기에는 국내 선수들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22일 대한항공전이 아쉬웠습니다. 다 따라잡았는데 가빈이 5세트 도중 종아리 통증으로 빠지면서 결국 19-21로 세트를 내주고 말았으니까요.


검진 결과 큰 부상은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지만 한국전력은 다음달 14일까지 가빈에게 휴식을 준다는 방침입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가빈이 돌아왔을 때 훨씬 좋은 팀이 되려면 우리 것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 그런 점에서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거꾸로 '우리 것'은 만들었는데 외국인 선수가 돌아오자 삐걱대면서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KB손해보험 브람.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KB손해보험은 12연패에서 탈출한 뒤 OK저축은행, 대한항공, 우리카드를 상대로 3연승을 기록했습니다. '분위기 탔다'는 표현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조차 "선수들 자신감이 넘친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평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브람(30·벨기에)이 합류한 뒤 오히려 한국전력, 현대캐피탈에 내리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권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지만 왜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인 선수 카드를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지난 시즌 이미 봄 배구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펠리페에게 세트(토스)를 몰아줘서 이번 시즌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요?



• 이번 시즌 후반기 일정은 28일 안산에서 열리는 OK저축은행-삼성화재 경기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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