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대한항공 박기원,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왼쪽부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그 대신 세 팀 감독은 스트레스 좀 받게 생겼습니다.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8~2019 도그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승점 2점을 더했습니다. 이로써 현재 1위 현대캐피탈, 2위 대한항공, 3위 우리카드 모두 승점 59점으로 5라운드를 마감하게 됐습니다.
현재 같은 승점 시스템으로 순위를 정하기 시작한 2011~2012 시즌 이후 1~3위가 똑같은 승점으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이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즌 전까지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1, 2위가 승점이 같은 적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V리그에서는 승점이 같을 때 승수로 순위를 가립니다. 승수도 똑같을 때는 세트득실률이 높은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2018~2019 V리그 1~5라운드 남자부 순위
순위 | 팀 | 승점 | 승 | 패 | 세트득실률 |
① | 현대캐피탈 | 59 | 22 | 8 | 1.600 |
② | 대한항공 | 59 | 20 | 10 | 1.442 |
③ | 우리카드 | 59 | 19 | 11 | 1.556 |
④ | 삼성화재 | 43 | 15 | 15 | 0.967 |
⑤ | OK저축은행 | 42 | 14 | 16 | 0.883 |
⑥ | KB손해보험 | 36 | 12 | 18 | 0.750 |
⑦ | 한국전력 | 17 | 3 | 27 | 0.417 |
세 팀은 5라운드 들어 물고 물리는 승부를 연출했습니다. 먼저 우리카드가 현대캐피탈에 3-0 완승을 거두며 내상을 안겼지만,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3-2 진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추스렀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한항공이 우리카드를 3-0으로 물리치면서 다시 순위 경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 이때만 해도 현대캐피탈이 무난하게 선두 자리를 지킬 것처럼 보였지만 최하위(7위) 한국전력에 0-3으로 패하고, 이어 열린 안방 경기에서 6위 KB손해보험에 1-3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OK저축은행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면서 선두 자리를 지킨 게 그나마 위안거리.
아무래도 주전 센터 신영석(32)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게 컸습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원래 날개 공격수로 뛰던 허수봉(21)을 센터로 기용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지적 받은 세터 불안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
그래도 '급할수록 돌아가겠다'는 게 최 감독 생각. 최 감독은 "올 시즌 스피드 배구가 안 나왔다. 파다르(23·헝가리·사진 왼쪽), 전광인(28)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 장점을 살리면서 가다 보니 우리 장점을 잃어 버렸다"면서 "다시 스피드 배구에 걸맞은 플레이를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다. 순위 싸움도 중요하지만 이 시기에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 거꾸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팔꿈치 상태가 아직 100%는 아닌 정지석(24·사진) 카드를 꺼내들면서 '총력전'을 예고했습니다. 박 감독은 "선택의 여지는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어떻께든 승부를 쌓고, 승점을 챙겨 한다"고 말했습니다.
"팔꿈치가 조금 불편한 건 있는데 경기를 하고 나니 문제는 없는 것 같다"는 정지석 역시 "시즌 시작할 때부터 지려고 한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항상 이기를 경기를 위해 분석하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6라운드 첫 경기를 치릅니다. 이후 다음달 7일 안방에서 우리카드와 만나게 됩니다. 우리카드-현대캐피탈 맞대결은 이로부터 사흘 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 향방을 대한항공이 결정할 확률이 높은 이유입니다.
•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도 1위를 꿈꾸겠지만 우리카드 정도는 아닐 겁니다. 우리카드는 12일 대전 방문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3-1로 꺾으면서 831일 만에 처음으로 순위표 제일 높은 곳에 이름이 오르는 경험을 했습니다. 신영철 감독 예언을 뛰어 넘는 결과.
그래도 신 감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 특히 주전 세터 노재욱(27·사진)에게 거는 기대와 우려가 모두 큽니다. 신 감독은 "우승권에 가려면 세터가 기둥이 되어야 한다. 단단해야 한다. 그래야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될 듯하면서도 안 된다"며 "노재욱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재욱도 "우리는 많이 부족해 준비를 더 해야 한다. 아가메즈(34·콜롬비아)가 잘 버텨줘 티가 안 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부상 때문에 챔피언 결정전에서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건강해야 어느 팀과도 맞붙을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았으며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냉정하게 말해 세 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봄 배구'와 작별을 고한 상황. V리그 남자부에서 준플레이오프가 열리려면 3위와 4위 사이 승점이 3점 이내로 차이가 나야 하는데 현재 삼성화재와 상위 세 팀은 16점 차이가 납니다.
이 하위권 네 개 팀 중에 5라운드 때 제일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팀으로는 역시 KB손해보험을 꼽을 수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5라운드를 5승 1패로 마치면서 우리카드(1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점(13점)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승점을 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 5라운드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외국인 선수 펠리페(31·브라질·사진 오른쪽)가 팀 전체 공격 시도 중 44.9%를 책임졌습니다. 5라운드 들어 이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았던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 팀에 필요한 게 현재 승점은 아닐 텐데 굳이 다른 선수 공격 기회를 빼앗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선두 자리를 굳혀 가는 가운데 2~4위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 5라운드 들어 한국도로공사(4승 1패)가 승점 10점을 거두면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동안 GS칼텍스(1승 5패)는 승점을 3점밖에 더하지 못하며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2018~2019 V리그 1~5라운드 여자부 순위
순위 | 팀 | 승점 | 승 | 패 | 세트득실률 |
① | 흥국생명 | 51 | 17 | 8 | 1.706 |
② | 한국도로공사 | 45 | 16 | 9 | 1.357 |
③ | IBK기업은행 | 45 | 15 | 10 | 1.366 |
④ | GS칼텍스 | 43 | 15 | 10 | 1.293 |
⑤ | 현대건설 | 23 | 7 | 18 | 0.525 |
⑥ | KGC인삼공사 | 18 | 5 | 20 | 0.397 |
GS칼텍스로서는 안타깝게도 6라운드 일정 역시 GS칼텍스보다는 도로공사가 유리합니다. GS칼텍스는 다음 달 3일까지 6라운드 다섯 경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 게다가 하필 이 경기 상대가 도로공사입니다. 반면 도로공사는 이날 이후에도 6일 흥국생명, 10일 IBK기업은행 경기가 남아 있습니다. 3일 경기에서 GS칼텍스를 꺾는다면 이 두 경기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으로서는 일단 GS칼텍스와 맞대결을 벌이는 16일 경기가 중요합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도로공사와 맞붙는 시즌 최종전이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경기가 될 가능성도 살아 있습니다.
• 정규리그 때는 이렇게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V리그는 남녀부 모두 정규리그 우승팀이 오히려 챔피언 결정전 때 불리한 구조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응원팀이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한다고 너무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봄 배구 티켓을 따내지 못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