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환갑을 맞은 대전 한밭구장이 프로야구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한화는 29일 이제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공식 명칭인 이 구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렀습니다.
한화는 내년부터 이 구장 바로 옆에 짓고 있는 '베이스볼 드림파크'에서 안방 경기를 치릅니다.
한화는 이날 NC에 2-7로 지면서 이 구장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모두 패배로 남기게 됐습니다.
한화는 빙그레라는 이름으로 1군에 참가해 1986년 4월 1일 처음 치른 대전 경기 때는 청룡(현 MBC)에 7-8로 패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던 팀은 OB(현 두산)이었습니다.
다만 구장 정비가 필요해 OB는 청주에서 먼저 안방 첫 네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5월 15일 대전에서 첫 경기를 치러 삼미를 9-1로 물리쳤습니다.
OB가 그해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10월 5일 이 구장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경기가 열렸습니다.
1982년 한국시리즈 1차전은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포스트시즌 경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OB는 처음부터 3년 뒤에는 서울 연고권을 보장받기로 하고 대전에 임시로 둥지를 튼 상태였습니다.
충청 지역을 연고지로 삼겠다는 모기업이 나오지 않아 처음부터 서울 연고를 희망했던 OB가 총대를 메게 됐던 것.
그사이 한화그룹은 1983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창단 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OB가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OB는 결국 1982~1984년 대전에서 150승 2무 120패(승률 0.568)를 기록한 뒤 서울행을 선택했습니다.
한화그룹에서 만든 프로야구 팀 빙그레는 1985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적응기를 거친 뒤 이듬해 1군 무대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밭구장은 이후 39년 동안 이 '독수리 둥지'에서 통산 2213경기를 치러 1067승 41무 1105패(승률 0.491)를 기록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걸친 전성기를 지난 뒤 한밭구장은 '매일져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 가까웠지만 한화 팬들은 한결같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면 한밭구장은 '전 세계에서 보살이 가장 많이 모이는 사찰'이었습니다.
이 구장에서 마지막 경기가 열린 이날도 만원 관중(1만2000명)이 들어찼습니다.
한화는 이날까지 올 시즌 매진을 47번 기록했는데 이는 프로야구 단일 시즌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빙그레 시절 한국시리즈에 네 번 올라 네 번 모두 패했던 한화는 1999년 롯데를 4승 1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5차전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중립 경기로 열렸기에 한화는 대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OB가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에 오른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 역시 서울 동대문구장 중립 경기였습니다.
한밭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건 1991년 해태(현 KIA)뿐입니다.
한밭구장은 한 시즌의 맨 마지막에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구장이었던 셈입니다.
원년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던 구장 중 이제 남은 곳은 한화 제2 안방 청주구장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메인 안방 구장은 모두 1982년 이후에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에는 새 구장이 문을 여는 게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이제 가는 세월이 아쉽기도 하네요.
새 구장이 아무리 좋아도 누군가는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목 놓아 노래하던 한밭구장을 영원히 잊지 못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