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 중인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시 제공


역시 (정치인이) 돔 구장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사업 기본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베이스볼 드림파크는 대전 중구 한밭운동장 주경기장(축구장) 자리에 들어서는 2만2000석 규모 새 야구장. 대전시는 2024년까지 이 야구장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입니다. 새 야구장 건립은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허 시장 공약 사항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예정대로 공사가 끝난다면 한화는 1964년 문을 연 현재 대전구장(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을 떠나 2025년부터는 새 야구장을 안방으로 쓰게 됩니다. NC가 마산구장 옆에 있던 마산종합운동장 터에 창원구장(창원 NC 파크)을 지어 옮긴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일 관심을 모았던 건 돔 구장 여부. 일단 결론은 '새 야구장 형태는 개방형으로 하되 향후 대전시 재정 여건이 호전되는 시점에서 돔 구장 증측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 및 기조를 시공한다'는 것입니다. 


허 시장은 "마지막까지 돔 구장 방안을 고민했지만 중기재정계획상 부담이 컸고, 전문가들과 한화가 개방형으로 가기를 많이 희망했다"며 "보통 야구장을 한 번 지으면 50년 정도 쓴다. 현재와 2025년 환경이 많이 바뀔 것이다. 이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돔 구장 증축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선희 대전시 문화체육국장이 "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제 빔 등 기초 공사를 미리 해둬야 한다. 현재 설계에는 이게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원래 계획보다 100억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전시는 이 구장 건설에 약 1393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가운데 얼마를 한화에서 부담할 것인지는 아직 협의 전입니다. 허 시장은 "한화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상태다.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며 "또 국비 확보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가 안방으로 쓰는 세이부돔. 위키피디아 공용 


'개방형 구장 → 돔 구장' 사례로 제일 유명한 건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所澤)시에 있는 세이부돔. 2017년 메트라이프 생명보험이 명명권을 따내 메트라이프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구장은 세이부 그룹이 가스 라이터 회사 '크라운라이터'에서 프로야구 팀 라이온스를 인수한 1979년 '세이부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습니다.


1979년 개장 당시 세이부 스타디움.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원래 아마추어 야구장이 있던 터에 새로 지은 이 구장 역시 처음 설계할 때부터 나중에 돔 구장으로 바꾸는 것을 염두에 뒀습니다. 이 구장 주변에는 자리잡은 호수 두 개 때문에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언젠가 돔 구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예상했던 겁니다.


지붕 올리기 공사를 진행 중인 세이부 스타디움. 세이부 홀딩스 홈페이지


그 '언젠가'는 1998년이었습니다. 돔 구장 공사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먼저 철골로 뼈대를 세운 다음 스테인레스로 관중석 부분을 덮고, 그라운드 위에 따로 지붕을 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세이부돔은 여전히 밀폐형 실내 구장이 아니라 개방형 구장에 뚜겅을 닫은 형태입니다.


외부로 열려 있는 세이부돔 외야 풍경. 유튜브 화면 캡처


이런 이유로 세이부돔은 분명 돔 구장인데 장외 홈런이 나오는 특이한 경기장입니다. 당연히 바깥 날씨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2004년 일본시리즈 4차전은 원래 그해 10월 20일 이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도카게 영향으로 일정이 하루 밀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외부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왔다가 나가는 구조도 아닙니다. 그래서 봄·가을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습니다. 그나마 관중석은 사정이 나은 편, 그라운드는 더 엉망입니다. 선수단에서 꾸준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실정.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세이부를 떠나는 선수가 늘어난 이유로 구장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1차 조감도. 대전시 제공


그러니까 이렇게 개방형 → 돔 구장 공사를 진행하면 분명 돔 구장이기는 한데 어딘가 쑥쓰럽고 민망한 구석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대전시에서도 이 정도 내용은 모두 검토했을 텐데 대책을 마련한 거겠죠? 이를 테면 어차피 돔 구장으로 바꿀 계획은 없는데 발표만 그렇게 했다든지… (응?)


창원구장 신축 업무를 담당한 윤석준 NC 기업문화팀 매니저는 "2011년 세이부돔을 지붕을 설계한 건축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도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인정했다"면서 "(대전시에서) 이렇게 단순한 지붕을 생각한 건 아니길 바라는데 나중에 돔 구장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로 설계를 한다면 저 정도 예산으로는 택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발표를 적극 환영하며 빠른 시일 내에 대전시를 대표하는 최고의 야구장이 탄생하길 기대한다"면서 "신축 야구장이 야구팬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팬 친화적인 야구장이 되기를 희망하며, 국민 스포츠인 야구가 보다 많은 대전 시민들의 건전한 문화 활동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란다"며 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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