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샌디에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에 앉게 된 밥 멜빈 감독. MLB 홈페이지

밥 멜빈(61) 감독이 샌디에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합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가까운 시일 내에 '멜빈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멜빈 감독은 2021년 연말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내년까지 계약을 맺었지만 구단 양해를 구하고 샌프란시스코 감독 면접에 응했습니다.

 

현직 감독이 '다른 팀 감독 면접을 좀 봐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는데 '그러라'고 했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

 

멜빈 감독이 A J 프렐러(46) 단장과 불편한 사이라는 건 메이저리그(MLB) 관계자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올스타전 당시 더스티 베이커 샌프란시스코 감독(왼쪽)과 나중에 그의 후임이 된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 MLB 홈페이지

브루스 보치(68) 현 텍사스 감독도 2006년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곧바로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으로 옮긴 적이 있습니다.

 

1983~1987년 샌디에이고에서 포수로 뛰었던 보치 감독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친정팀을 이끌면서 구단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남겼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케빈 타워스(62) 당시 단장이 재계약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지구 라이벌 팀으로 떠났습니다.

 

1998년 샌디에이고에서 내셔널리그(NL) 우승을 경험했던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10, 2012,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아예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텍사스에 아메리칸리그(AL) 우승기를 안기면서 MLB 역사상 처음으로 세 팀을 리그 챔피언으로 만든 감독이 됐습니다.

 

선수 시절 브루스 보치 감독. 샌디에이고 제공

보치 감독은 1987년 6월 14일 샌프란시스코 방문 경기에서 왼손 투수 데이브 브레벡키(67)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브레벡키는 이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면서 완투승을 기록했습니다.

 

브레벡키는 이로부터 21일이 지난 7월 5일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됩니다.

 

그리고 트레이드 바로 다음날 피츠버그 방문 경기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이 경기에서 브레벡키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는, 네, 바로, 멜빈 감독이었습니다.

 

샌프란스시코 선수 시절 밥 멜빈 감독. 샌프란시스코 제공

1985년 5월 25일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MLB 데뷔전을 치른 멜빈 감독은 그해 10월 7일 트레이트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됐습니다.

 

이후 1989년 1월 25일 역시 트레이트를 통해 볼티모어로 옮기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습니다.

 

그러니까 멜빈 감독은 MLB 사령탑이 된 지 21년 만에 친정팀 지휘봉을 잡게 되는 겁니다.

 

멜빈 감독은 지금까지 시애틀(2003, 2004년), 애리조나(2005~2009년), 오클랜드(2011~2021년), 샌디에이고(2022, 2023년) 감독을 지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멜빈 감독이 사령탑을 맡는 다섯 번째 팀입니다.

 

▌밥 멜빈 감독 구단별 통산 성적
 연도  구단  성적  승률
 2003, 2004  시애틀  156승 168패  .481
 2005~2009  애리조나  337승 340패  .498
 2011~2021  오클랜드  853승 764패  .528
 2022, 2023  샌디에이고  171승 153패  .528
 2024~?  샌프란시스코  ?  ?

 

라만(Lahman)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MLB가 현재 양대리그 체계를 갖춘 1901년 이후, MLB에서 한 경기라도 지휘한 인물은 총 567명입니다.

 

이 중 21명(3.7%)이 다섯 개 팀 이상을 지휘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22명(3.9%)이 21시즌 이상 MLB 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멜빈 감독 정도면 '명장'이라고 평가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멜빈 감독은 2007(애리조나), 2012, 2018년(이상 오클랜드)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게이브 케플러 전 샌프란시스코 감독(왼쪽)과 얼리사 내컨 수석코치. 샌프란시스코=로이터 뉴스1

올해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이끈 게이브 케플러(48) 감독 역시 2021년 NL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107승 55패(승률 .660)로 구단 역사상 최다승이자 MLB 30개 팀 가운데 최고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NL 디비전시리즈(DS)에서 LA 다저스에 2승 3패로 밀리면서 포스트시즌 때는 조기 탈락했습니다.

 

지난해에는 81승 81패(승률 .500)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마지막 세 경기를 남겨 놓고 78승 81패(승률 0.491)에 그치자 케플러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시즌 종료 후 MLB 1호 여성 코치얼리사 내컨(33) 수석코치도 감독 후보에 올렸지만 최종 선택은 멜빈 감독이었습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전 감독과 아베 신노스케 새 감독. 도쿄=교도(共同)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미일 프로야구에 있는 '자이언츠'는 모두 포수 출신 감독이 이끌게 됐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롯데가 20일 김태형(56) 감독을 선임했다는 건 잘 알고 계실 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讀賣)도 하라 다쓰노리(原辰德·65) 감독이 시즌 종료 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 신노스케(阿部愼之助·44)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아베 감독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때 일본 대표팀 멤버로 맹활약(?)하면서 '고마워요, 아베'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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