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53)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 선택은 역시 김태형(56) 감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감독이 새 시즌 롯데 지휘봉을 잡습니다.
롯데는 "김 감독을 제2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20일 발표했습니다.
올 시즌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던 김 감독은 두산을 떠난 지 1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김 감독은 3년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김 감독은 2019년 두산과 총액 28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7억 원)에 3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프로야구 감독 몸값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이번에는 몸값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개 구단 현역 감독 가운데 이보다 몸값이 높은 감독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강철(57) KT 감독이 같은 조건으로 팀과 3년 재계약을 맺었을 뿐입니다.
김 감독은 선수(1995년)와 코치(2001년) 그리고 감독(2015, 2016, 2019년)으로 모두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두산 맨'이었습니다.
2015년 감독 부임 후에는 2021년까지 7년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두산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나 계약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팀이 9위에 그치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김 감독은 두산 주장 시절(1998~2000년) 불 같은 카리스마를 자랑한 덕에 '불곰'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스타 선수 출신이 아닌데도, '차기 감독감'이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김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렇게 팀을 이끌었습니다.
삼진을 당한 뒤 '이빨을 보였다'는 이유로 퓨처스리그(2군)행 통보를 받은 선수가 한둘이 아닙니다.
김태형 감독은 2011년 김경문(65)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두산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두산이 김진욱(63) 감독을 발탁하면서 김태형 감독은 SK(현 SSG) 배터리 코치로 옮겼습니다.
두산 관계자는 "김경문 감독 아래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건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으로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한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진욱 감독의 엄마 리더십에 이어 송일수(73) 감독의 '할아버지 리더십'마저 실패로 돌아간 뒤에야 두산 프런트는 김태형 감독의 '불곰 리더십'을 선택합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647승 19무 486패(승률 .571)를 기록했습니다.
1군에서 300경기 이상 지휘한 감독 중 이보다 통산 승률이 높은 건 김영덕(1936~2023) 전 감독뿐입니다.
김영덕 감독은 OB, 삼성, 빙그레를 이끌면서 통산 717승 20무 487패(승률 .596)를 남겼습니다.
'프런트 야구' 관점에서 이 결과를 해석하자면 두산 프런트가 김태형 감독 카드를 언제 쓰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팬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롯데는 이런 타이밍을 잴 줄 모르는 팀입니다.
롯데가 김 감독 선임 소식을 전한 보도자료는 "한편, 차기 단장은 선임 과정 중에 있다"는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롯데는 2019년 7월 19일 양상문(62) 감독과 이인원(56) 단장이 동시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임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매우 불행한 일이다. 대오각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4년이 지나, 시간상 동시는 아니지만, 롯데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임을 야구 팬들이 또 한 번 목격하고 있는 겁니다.
성민규(41) 전 단장을 경질하고 새 단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부터 선임했다는 건 "새 단장이 누가 되든 우리팀 '제너럴 매니저'는 이 대표"라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에서 이 대표를 자이언츠 최고경영자(CEO)로 내려보내자 유통업계 라이벌인 SSG를 의식해 홍보 전문가를 내려보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연이어 롯데를 저격한 뒤 그룹 차원에서 마련한 '롯데 자이언츠 우승 프로젝트' 설계자였습니다.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정도는 단장이 담당할지 몰라도 '큰 그림'은 이 대표가 그릴 확률이 높은 겁니다.
롯데는 2017년(정규리그 3위)을 마지막으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1992년이 마지막입니다.
한국에서 한 소년이 태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에 오를 때까지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겁니다.
김 감독이 아니 이 대표가 과연 롯데 팬들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감독 선임 보도자료에 '옷피셜' 사진 한 장 못 띄우는 걸 보고 뭔가 쌔한 느낌지 드는 건 그저 기우일 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