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 단식 선수로는 남녀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개인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한 안세영. 코펜하겐=신화 뉴시스

'셔틀콕 천재' 안세영(21·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기어이 '세계 챔피언' 타이틀까지 얻었습니다.

 

안세영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개인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30·스페인·6위)을 상대로 2-0(21-12, 21-10) 완승을 거뒀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까지 이 대회 복식에서 금메달을 총 10개(남자 4개, 여자 1개, 혼합 5개) 가져왔지만 단식 우승은 남녀 모두 제로(0)였습니다.

 

그러니까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셔틀콕 천사' 방수현(51)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겁니다.

 

방수현은 1993년 버밍엄 대회 때 결승에 올랐지만 수지 수산티에 1-2(11-7, 9-11, 3-11)로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남자 단식에서는 1995년 로잔 대회박성우(52)가 역시 준우승한 걸 마지막으로 결승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세영과 2023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을 치른 카롤리나 마린. 코펜하겐=로이터 뉴스1

결승 상대였던 마린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비(非)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선수입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세 차례(2014, 2015, 2018년) 우승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대회 때는 8강에서 타이쯔잉(戴資穎·29·대만·4위)을 물리친 뒤 준결승에서 '더블 디펜딩 챔피언' 야마구치 아카네(山口茜·26·일본·2위)마저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안세영이 '마린 돌풍'을 잠재우는 데는 42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안세영 역시 준결승에서 '숙적' 천위페이(陳雨菲·25·중국·3위)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고 올라와 자신감이 충만했던 상황.

 

4-4 동점 이후 큰 위기 없이 1세트를 가져 온 안세영은 2세트 때는 10-10에서 11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를 끝냈습니다.

 

1세트는 4-4, 2세트는 10-10 이후 동점도 없는 압승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오늘은 내가 챔피언이다. 경기를 이겨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즐기니까 (배드민턴이) 잘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정말 잘 즐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12개 국제대회에서 11번 결승에 올라 그중 8번 우승했습니다.

 

우승하지 못한 4개 대회에서는 준우승 3번, 3위 1번이었습니다.

지난달 31일 BWF 여자 단식 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10만7714점)은 이날 우승으로 2위 야마구치(9만8117점)보다 랭킹 포인트 9597점이 많아졌습니다. 지난주까지는 1997점 차이였습니다.

 

물론 안세영이 다음 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杭州)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하면 독주 체제를 더욱 굳히게 됩니다.

배드민턴에서 보기 드문 왼손잡이 듀오인 서승재(왼쪽)-채유정 조. 코펜하겐=로이터 뉴스1

앞서 열린 혼합 복식 결승에서도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 조가 중국 대표 정쓰웨이(26·鄭思雄)-황야충(黃雅瓊·29) 조를 2-1(21-17, 10-21, 21-18)로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정쓰웨이-황야충 조는 이 대회에서 2018, 2019년지난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팀입니다.

 

서승재-채유정 조도 올해 전영 오픈 결승을 포함해 정쓰웨이-황야충 조에게 상대 전적 9전 전패로 밀리던 상태였습니다.

 

한국 팀이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정상을 차지한 건 2003년 버밍엄 대회김동문(48)-라경민(47) 조 이후 20년 만입니다.

 

이로부터 2년 후 크리스마스 때 결혼식을 올린 김동문-라경민 조는 1999년 코펜하겐 대회 때도 챔피언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박주봉(59)이 1985년에는 유상희(58), 1989년1991년에는 정명희(59)와 짝을 이뤄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팀으로는 9년 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정상을 차지한 서승재(왼쪽)-강민혁 조. 코펜하겐=로이터 뉴스1

서승재는 대회 마지막 경기로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도 강민혁(24·삼성생명)과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서승재-강민혁 조는 대회 덴마크 안방 팬들로부터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킴 아스트루프(31)-아네르스 스카루프 라스무센(34) 조에 2-1(14-21, 21-15, 21-17)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한국 남자 복식 팀이 이 대회 정상을 차지한 건 2014년 고성현(36)-신백철(34) 조 이후 9년 만입니다.

 

고성현-신백철 조는 당시 결승에서 유연성(37)-이용대(35) 조와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서승재는 박주봉(1985년, 1991년)과 김동문(1999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이 대회 다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습니다.

 

세 선수 모두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2년 연속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딴 김소영-공희용 '킴콩' 조. 코펜하겐=로이터 뉴스1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킴콩' 조는 여자 복식 3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은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이 28회인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기록한 최고 성적입니다.

 

세계선수권은 1977~1983년에는 3년 주기, 1985~2003년에는 2년 주기로 열리다가 2005년부터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해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영어 명칭 자체는 그냥 'BWF World Championships' = '세계선수권대회'지만 한국에서는 수드리만컵을 '세계단체선수권대회'라고 쓰는 일이 흔해 개인선수권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역시 여느 종목과 마찬가지로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대회지만 한국에서는 아시안게임에 밀리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배드민턴은 아시아 국가가 워낙 강세라 또 이런 평가가 아주 틀렸다고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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