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2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인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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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방 정부에서 다시 한 번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랭킹 1위)를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앨릭스 호크 호주 이민부 장관은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 비자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14일 발표했습니다.

 

호크 장관은 "우리 사회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이렇게 결정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코비치와 호주 내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등에서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국경을 보호하는 건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앨릭스 호크 호주 이민부 장관. 시드니모닝헤럴드 제공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트리플 디펜딩 챔피언인 조코비치는 올해 대회 참가차 5일 멜버른 털러머린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는 백신 회의론자로 유명한 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맞지 않았다는 것.

 

호주에 입국하는 만 12세 이상 외국인은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이상 접종한 사실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건강 상태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백신 접종이 불필요하다. 그래서 (멜버린이 속한) 빅토리아주로부터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호주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출입국 관리는 연방 정부 관할이다. 조코비치가 제출한 서류만으로는 접종 면제 대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입국 비자를 취소했습니다.

 

2022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인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로이터 뉴스1

이에 조코비치는 호주 연방 순회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0일 결국 조코비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호주 정부는 '이민부 장관 직권으로 비자를 다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비자 취소 진행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을 뿐 비자 취소 근거는 충분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후 조코비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격리 규정을 어기고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에 참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입국 신고서 작성 과정에서 '호주행 항공편 탑승 이전 14일간 다른 나라를 여행한 적이 없다'는 항목에 체크했지만 실제로는 스페인과 세르비아를 오갔다는 의혹도 받게 됐습니다.

 

 

조코비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의혹을 인정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돌아선 여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호주 뉴스코퍼레이션 미디어 그룹 온라인 설문 조사 응답자 가운데 83%가 조코비치 추방에 찬성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게 호주 오픈 조직위원회는 13일 대진 추첨을 진행하면서 조코비치를 톱 시드에 올려 놓려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조코비치는 17일 또는 18일에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23·세르비아·78위)와 1회전을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비자 취소로 대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지난해 호주 오픈 당시 노바크 조코비치. 멜버른=로이터 뉴스1

물론 조코비치는 이번에도 변호사를 동원해 이 결정을 뒤집으려 시도할 겁니다.

 

비자 취소로 추방을 당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3년간 호주 입국을 금지 당하기 때문에 조코비치로서는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20승 가운데 9승을 호주 오픈에서 거뒀습니다.

 

코로나19 백신만 맞았다면 올해 대회에서 21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역대 메이저 최다승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았을 텐데 그 놈의 백신이 뭐라고 결국 제 무덤을 파고 말았습니다.

 

과연 조코비치는 이번에도 법원 도움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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