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세계랭킹 1위)는 자신이 태어난 베오그라드보다 이 세르비아 수도에서 1만5400km 떨어진 호주 멜버른이 더 고향 같을지 모릅니다.
이 도시에서 열리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아홉 번 내리 승리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조코비치가 지난해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정상을 차지했을 때 이렇게 썼습니다.
이로부터 318일이 지난 6일 조코비치는 전혀 다른 상황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17일 막을 올리는 올해 호주 오픈 참가를 앞두고 멜버른 털러머린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겁니다.
조코비치는 멜버른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 발이 묶여야 했습니다.
조코비치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때문입니다.
호주 오픈 조직위원회는 선수, 관계자는 물론 팬도 최소 2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올해 대회 현장을 찾을 수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안티 백서'(백신 회의론자)로 유명한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자신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없었기 때문.
조코비치는 대신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백신 접종 면제 허가(exemption permission)를 받아 (호주가 있는) 남반구로 향한다"고 밝혔습니다.
Happy New Year! Wishing you all health, love & joy in every moment & may you feel love & respect towards all beings on this wonderful planet.
— Novak Djokovic (@DjokerNole) January 4, 2022
I’ve spent fantastic quality time with loved ones over break & today I’m heading Down Under with an exemption permission. Let’s go 2022! pic.twitter.com/e688iSO2d4
베오그라드를 떠난 조코비치가 두바이를 거쳐 멜버른까지 날아오는 동안 이상 기류가 나타났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고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건 '특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틸리 호주테니스협회장은 "호주 연방 정부 질병 관리 위원회 가이드 라인에 따른 결정일 뿐 특혜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예외는 없다. 만일 증빙 내용이 부실하다면 조코비치 역시 다음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고도 대회 현장을 찾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과 호주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얘기였습니다.
호주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일 평균 2023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올해 첫 닷새 동안에는 평균 5만625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5일에는 역대 최다인 7만542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
그러니 조코비치에게 예외를 인정하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규정은 규정이다. 특히 출입국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만 12세 이상 외국인이 호주에 입국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물론 건강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접종 면제 허가를 받을 수도 있는데 조코비치는 이 케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호주 출입국 관리사무소(ABF) 판단입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조코비치는 입국심사대에서 '최근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코비치는 코로나19를 두번 앓은 셈이 됩니다.
조코비치는 2020년 6월 23일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아주 막힌 건 아닙니다.
현재 공항에 머물고 있는 조코비치는 법적 대응을 통해 호주 입국 비자를 다시 승인받겠다는 계획입니다.
단,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총 262일에 걸친 봉쇄 조치를 견뎌낸 멜버른 시민이 다시 예전만큼 조코비치를 환영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호주 오픈 남자 단식 3연패를 기록 중인 조코비치가 올해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면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21회) 우승을 새로 쓸 수 있습니다.
그냥 백신을 맞았으면 될 걸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