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데이비드 오티스. 보스턴글러브 홈페이지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47)가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습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회원 가운데 394명이 참가한 2022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투표 결과를 2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습니다.

 

은퇴 후 5년이 지나 올해 처음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오티스는 77.9%에 해당하는 307표를 받아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인정 받았습니다.

 

기자단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투표인단 75%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올해 심사 대상 30명 가운데 이 기준을 통과한 건 오티스 한 명뿐입니다.

 

후보자 명단에 10년 이상 이름을 올렸는데도 득표율 75%를 기록하지 못하면 기자단 투표 대상에서 빠집니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762개)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58), 사이영상 최다(7회) 수상자 로저 클레멘스(60) 등이 이런 이유로 내년부터는 기자단 투표 대상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현역 시절 경기력 향상 물질(PED)을 사용했다는 의혹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

 

그렇다고 명예의 전당 입성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마지막 기자단 투표에서 득표율 5%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확률은 낮지만) '베테랑 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역시 명예의 전당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09년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약물 복용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데이비드 오티스. 뉴욕=로이터 뉴스1

맞습니다. 오티스 역시 PED와 완전히 무관한 선수는 아닙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오티스 = 약쟁이'라고 믿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오티스가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고 믿는 분들이 사용하는 근거는 2009년 뉴욕타임스(NYT) 기사입니다.

 

NYT는 오티스가 2003년 비공개 예비 도핑 테스트 때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2009년 보도했습니다.

 

단, 이 보도가 100%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NYT는 오티스가 명예의 전당행 티켓을 따냈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The Times reported in 2009 that Ortiz had tested positive for performance-enhancing drugs in 2003, when baseball conducted survey testing (without penalties) that was supposed to have remained anonymous.

 

In 2016, just before Ortiz retired, Commissioner Rob Manfred cited “legitimate scientific questions about whether or not those were truly positives.” Ortiz has maintained that he never knowingly cheated, and cast doubt again on Tuesday about the test result from 2003.

 

“We had someone coming out with this one list that you don’t know what anybody test positive for,” Ortiz said on Tuesday. “All of a sudden people were pointing fingers at me, but then we started being drug tested and I never failed a test. What does that tell you?”

 

Indeed, Ortiz achieved almost all of his success during the testing era, which began with penalties in 2004.

 

2003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는 데이비드 오티스(오른쪽). 뉴욕=로이터 뉴스1

2003년은 오티스가 보스턴 유니폼을 처음 입게 된 해였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오티스는 1992년 11월 28일 시애틀과 계약하면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세 시즌을 보낸 오티스는 1996년 9월 13일 '추후 지명 선수' 자격으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1997년 9월 2일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여섯 시즌 동안 .266/.348/.461을 기록한 뒤 방출 통보를 듣게 됩니다.

 

방출 이후 37일 만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보스턴과 계약하면서 오티스는 우리가 아는 오티스가 됩니다.

 

 

2003년 .288/.369/.592를 치면서 보스턴에 연착륙한 오티스는 이듬해 .301/.380/.603으로 타격 성적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그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ALCS)에서 끝내기 안타 2개를 치면서 '리버스 스윕'에 앞장 섰습니다.

 

오티스는 이해 월드시리즈에서도 .308/.471/.615를 치면서 보스턴이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데도 앞장 섰습니다.

 

2007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오티스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이 터진 2013년에도 또 한번 팀에 우승을 선물하면서 보스턴 시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오티스는 결국 월드시리즈 14경기 49타석에서 .455/.573/.795를 남겼습니다.

 

타율은 물론 OPS(출루율+장타력) 1.372 역시 월드시리즈에서 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명예의 전당 입성 소식에 기뻐하는 데이비드 오티스. 보스턴 제공

오티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 소식을 접한 뒤 "야구 선수로서 인생을 통틀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을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자 여러분께서 기록뿐 아니라 팀과 보스턴이라는 도시 그리고 레드삭스 네이션에 공헌한 걸 모두 인정해 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규시즌 2408경기 통산 타격 성적은 .286(OPS .931), 541홈런(17위), 1768타점(23위)이었습니다.

 

오티스는 보스턴에서 뛰는 14년 동안 올스타에 열 번 뽑혔고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0년 올스타전에서는 홈런 더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또 각 포지션별 최고 타자로 인정 받는 실버 슬러거로도 일곱 번 뽑혔습니다.

 

생애 마지막 정규시즌 타석에 들어선 데이비드 오티스. 보스턴글러브 제공

오티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1만91타석 가운데 8861타석(87.8%)에 지명타자로 들어섰습니다.

 

누적 타석 숫자와 비율 모두 명예의 전당 회원 가운데 최다 기록입니다.

 

그 전까지는 통산 1만1092 타석 가운데 6618타석(59.7%)이 지명타자였던 해럴드 베인스(63)가 가장 지명타자로 많이 나온 명예의 전당 회원이었습니다.

 

에드거 마르티네스(59)가 전체 8674타석 가운데 71.7%(6218타석)를 지명타자로 소화해 최고 비율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밖에 프랭크 토머스(54)도 전체 1만75타석 가운데 5698타석(56.6%)을 지명타자로 소화한 뒤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습니다.

 

2016년 올스타전에서 웃고 있는 데이비드 오티스. 샌디에이고=로이터 뉴스1

2016년 오티스를 떠나 보내면서 "저에게 명예의 전당 자격 심사 투표권이 있대도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그에게 표를 던질 자신이 없다"고 썼습니다.

 

여전히 "오티스가 PED를 썼는지 아닌지 '모른다'"가 사실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오티스는 결국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성에 성공했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보빠' 한 사람으로서 오늘 하루만큼은 호프집 입성을 축하하겠습니다.

 

데이비드 형, 정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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