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보스턴 저주인형. 인터넷 캡처

"구단에서 사람을 풀어서 누가 '저주인형(voodoo doll)'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알아봐야겠다."

 

차임 블룸(39)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최고야구책임자(CBO)는 크리스 세일(33)이 '또' 골절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9일(이하 현지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일이 올해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건 이번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닌,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오른쪽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블룸 CBO는 "세일이 내년 스프링 캠프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17일 뉴욕 방문 경기 도중 통증을 호소하는 크리스 세일. 뉴욕=AP 뉴시스

세일은 6일 오전 안방 구장 펜웨이 파크 인근에 있는 보스턴대에서 투구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펜웨이 파크가 콘서트 준비로 바빠 연습 장소를 바꾼 것.

 

안방 구장에서 콘서트를 연다는 건 팀이 방문 경기를 떠났다는 뜻.

 

팀이 캔자스시티 방문 경기를 치르는 날 세일이 혼자 보스턴에서 투구 연습을 한 건 재활 일정을 소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일은 지난달 17일 뉴욕 방문 경기에서 1회말 수비 도중 양키스 6번 타자 애런 힉스(33)가 때린 타구에 맞아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세일은 왼손 수술 이후 이날 두 번째로 공을 던지면서 이달 말 복귀를 목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상태였습니다. 

 

올해만 세 번째 골절 부상을 당한 크리스 세일. 보스턴 글로브 홈페이지

오전 연습을 마친 세일은 자전거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8일 결국 한 번 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블룸 CBO는 "이런 이야기는 지어낼 수도 없을 것"이라며 "엄청 세게 넘어 졌다. 왼손을 다시 다치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 계획을 짤 때는 세일이 그 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걸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일은 계약 기간을 1년 남겨 놓고 있던 2019년 총 1억4500만 달러(약 1897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5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새 계약 조건을 적용한 2020년 이후 마운드에 서 있던 건 48과 3분의 1이닝이 전부입니다.

 

탬파베이 방문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크리스 세일. 세인트피터즈버그=로이터 뉴스1

시작은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수술이었습니다.

 

2020년을 토미 존 수술로 날린 세일은 지난해 8월 14일 복귀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3.16을 남겼습니다.

 

올 시즌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성적이었지만 현실은 골절, 골절 그리고 또 골절이었습니다.

 

세일은 직장폐쇄 기간이던 2월 라이브 피칭을 하다가 가슴 통증을 느끼면서 결국 갈비뼈 피로골절 진단을 받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12일 탬파베이 방문 경기를 통해 복귀한 세일은 5이닝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면서 '건강하기만 하다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투수인지 증명했습니다.

 

세일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더 이상 골절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바로 다음 등판에서 타구에 맞아 새끼 손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던 겁니다.

 

올해 6월 펜웨이 파크에서 연습 중인 크리스 세일. 보스턴=로이터 뉴스1

세일은 이번 시즌 펜웨이 파크 마운드보다 정형외과를 더 자주 찾았습니다.

 

두 차례 선발 등판을 하기는 했지만 전부 방문 경기였으니까요.

 

그리고 보스턴은 이날 현재 54승 56패(승률 .491)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도 바보처럼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게 레드삭스 네이션 일원으로 사는 길입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우리는 그가 내년에 30경기에 선발 등판하고 우리는 '가을 야구' 무대로 데려가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블룸 CBO 역시 "세일이 우리가 알던 크리스 세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습니다.

 

네, 아무렴, 꼭, 반드시,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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