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결국 '타의로' FC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된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로이터 뉴스1

아니,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입니까.

 

리오넬 메시(34)가 결국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 리가) FC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됐습니다.

 

FC바르셀로나는 "구단과 메시 모두 서명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재정적이고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메시는 더 이상 FC바르셀로나에서 뛸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냅킨 계약서'로 시작한 메시와 FC바르셀로나의 인연은 20년 7개월 22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FC바르셀로나에서 이야기한 '재정적이고 구조적인 어려움'(obstacles econòmics i estructurals)을 네 글자로 줄이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재정적 페어 플레이 규정(Financial Fair Play Regulations)'이라는 이름으로 샐러리캡을 운영합니다.

 

이 규정에 따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매출에 줄어든 FC바르셀로나는 선수단 몸값 총액을 지난 시즌 6억 유로(약 8124억 원)에서 3억4700만 유로(약 4698억 원)로 낮춰야 하는 상황.

 

이 상한선을 맞추려고 메시는 연봉을 절반으로 깎아서 재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라 리가 사무국 대답은 'Pero no(그래도 안 돼)'였습니다.

 

스페인 노동법에 따르면 메시는 이 이상 몸값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메시는 결국 팀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연봉을 반만 받겠다는 헌신도 소용없게 된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로이터 뉴스1

이 사정을 이해할 때 필요한 키워드는 두 가지: 'CVC 캐피털 파트너즈' 그리고 'JP 모건'입니다.

 

라 리가는 마케팅 담당 자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글로벌 사모(私募) 펀드 회사 CVC 캐피털 파트너즈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CVC에서 이 회사에 27억 유로(약 3조6558억 원)를 투자하는 대신 지분과 수익을 각 10%씩 가져가는 조건입니다.

 

라 리가는 이 중 약 90%를 일정한 비율에 따라 각 구단에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이러면 바르셀로나는 약 2억7000만 유로(약 3659억 원)를 받을 수 있고 이 중 15%에 해당하는 405만 유로(약 548억 원)를 샐러리캡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굳게 문을 닫은 FC바르셀로나 안방 구장 캄 노우. 바르셀로나=AP 뉴시스

그러나 FC 바르셀로나는 이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투자금이라는 녀석이 사실상 대출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이자로 CVC는 앞으로 50년간 중계권료 가운데 10%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019~2020 시즌 FC바르셀로나 경기 중계권료는 2억4900만 유로(약 3371억 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도 해마다 2490만 유로(약 337억 원)를 이자로 내야 하는데 당장 메시를 붙잡아야 한다고 CVC 돈을 받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던 것.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에 있는 구단 로고. FC 바르셀로나 홈페이지

게다가 FC 바르셀로나에 투자하겠다는 금융 회사가 CVC 한 곳뿐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JP 모건 역시 유럽 슈퍼리그(ESL)에 46억 파운드(약 7조3094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

 

FC바르셀로나는 레알마드리드, 유벤투스와 함께 여전히 ESL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ESL 참가 팀은 모든 경기에서 패한다고 해도 1억3000만 파운드(2066억 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FC바르셀로나 구단 관점에서는 이번 메시 계약만 어떻게 넘기면 ESL에 합류하는 게 확실히 나은 선택이었던 겁니다.

 

FC바르셀로나보다 더 FC바르셀로나 같았던 사나이 리오넬 메시. 동아일보DB

거꾸로 라 리가 관점에서는 그 선수가 메시라고 해도 FC바르셀로나만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던 것.

 

그렇게 돈과 돈 싸움에 밀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버는 선수 자리까지 내려놓려고 했던 메시는 결국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역시 메이저리그 야구뿐 아니라 유럽 축구 역시 스포츠라기엔 너무 비즈니스적이고, 비즈니스라기엔 너무 스포츠적입니다.

 

그래서 애먼 팬들만 이렇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아, 진짜 '하비에르 테바스 개X끼'라고 외치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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