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한 장으로 시작한 인연은 결국 송사(訟事)로 끝나려나 봅니다.
로이터통신은 리오넬 메시(33)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 FC바르셀로나에 '부로팍스'(burofax)를 보내 즉시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2-8로 패했습니다.
이날 패배로 바르셀로나는 2006~2007 시즌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무관(無冠)'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메시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UCL 8강전 패배 이후 11일 만에 메시가 공식적으로 이적 희망 의사를 밝혔습니다.
부로팍스는 스페인에서 내용증명을 보낼 때 쓰는 서비스 이름입니다.
실제로는 '기아 봉고'가 아닌 승합차도 '봉고차'라고 부르는 것처럼 부로팍스 역시 원래 상표 이름입니다.
또 '챔피언스리그'가 실제로 각 리그 챔피언만 참가는 대회가 아닌 것처럼 부로팍스 역시 꼭 팩스로 보내는 건 아닙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는 기본적으로 별도로 인증받은 e메일을 통해 문서를 전달하는 형태로 내용증명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단, 예전에는 이 서비스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낼 때 팩스를 활용했기에 이런 이름이 남아 있는 겁니다.
따라서 메시가 FC바르셀로나로 보냈다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팩스 이미지도 사실 가짜입니다.
1987년 6월 24일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메시는 만 13세 5개월 20일이던 2000년 12월 14일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메시를 스카우트하려고 아르헨티나를 찾았던 카를레스 렉사흐 기술 이사는 메시를 보자마자 계약을 해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구단에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는 것.
이에 아버지 호르에 씨가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렉사흐 이사는 식당 냅킨에다 계약서를 만들어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 계약서로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라 마시아'(La Masia)에 입한 메시는 그 뒤로 이날까지 만 19년 8개월 11일 동안 바르셀로나에 몸담고 있습니다.
유럽 5대 리그로 손꼽히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프로축구를 통틀어 같은 팀에 제일 오래 몸담고 있는 선수가 바로 메시입니다.
메시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와 3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2018년 6월 30일 끝나는 계약이 남은 상태에서 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메시는 원칙적으로 (적어도) 내년 6월 30일까지 바르셀로나에 묶인 몸입니다.
단, 이 계약서에는 메시가 매 시즌 종료 시점에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바르셀로나에서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즌 종료 시점'은 UCL 결승전으로부터 10일 이내를 뜻합니다.
이번 시즌 UCL 결승전은 이달 23일 열렸습니다.
메시는 이날로부터 아직 열흘이 지나지 않았으니 본인이 이적 의사를 밝히면 구단에서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바르셀로나에서는 원래 이번 시즌 UCL 결승은 5월 30일 예정이었으니까 6월 10일이 지난 이후에는 이 조항이 유효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일정이 밀렸다고 해도 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바르셀로나는 그러면서 메시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을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책정한 메시의 바이아웃 금액은 7억 유로(약 9800억 원)입니다.
현재까지 유럽 축구 시장 역대 최고 이적료는 파리생제르맹(PSG)이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28)를 영입하면서 지불한 2억2000만 유로(약 3100억 원)였습니다.
결국 메시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역대 최고 이적료보다 세 배가 넘는 '총알'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리오넬 메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 장면
메시는 만 17세 3개월 22일이던 2004년 10월 16일 에스파뇰을 상대로 라 리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후 16시즌 동안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731경기를 치르면서 구단 역대 최다인 634골을 넣었습니다.
이 가운데 라 리가 경기에서 총 444골을 넣었는데 이는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입니다.
메시는 득점뿐 아니라 어시스트(183개)도 리그 최다 기록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메시는 또 발롱도르 최다(6회) 수상 기록을 세우면서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바르셀로나는 라 리가 정상을 열 번 차지했으며 코파 델 레이에서는 여섯 번, UCL에서는 네 번 우승했습니다.
2009년과 2015년에는 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 UCL 정상을 모두 차지하는 트레블(3관왕) 기록도 남겼습니다.
유럽 축구 역사상 트레블을 두 차례 기록한 팀은 바르셀로나뿐입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 손꼽히는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맨체스터시티입니다.
일단 주제프 '펩' 과르디올라(49) 감독이 이 팀을 이끌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현역 시절(1990~2001년)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12년 이 팀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
가리디올라 감독 재임 시절 바르셀로나는 라 리가 3연패를 달성했으며 코파 델 레이와 UCL에서도 각 두 차례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또 이 구단주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이자 석유 재벌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50)이라는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감을 실어줍니다.
만수르는 UEFA로부터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 규정을 어겼다는 혐의를 받을 만큼 맨체스터시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시티는 아직 UCL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