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시즌을 마지막으로 20년에 걸친 미국프로농구(NBA) 생활을 마친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였던 브라이언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후배 선수에게 '챌린지(도전 과제)'를 하나씩 제시합니다.
'그릭 프릭'(Greek Freak) 야니스 아데토쿤보(27·밀워키)는 이 챌린지 대상으로 지목받지 못하자 직접 '명령을 내려달라'고 부탁합니다.
Still waiting for my challenge.. @kobebryant
— Giannis Ugo Antetokounmpo (@Giannis_An34) August 24, 2017
이에 브라이언트는 최우수선수(MVP)라고 답을 보냅니다.
— Kobe Bryant (@kobebryant) August 27, 2017
2016~2017 시즌 기량발전상(MIP) 수상자였던 아데토쿤보가 이 챌린지를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두 시즌.
아데토쿤보는 2018~2019 시즌 밀워키를 동부 콘퍼런스 1위(60승 22패·승률 .732)로 이끌면서 정규리그 MVP를 차지합니다.
그러자 브라이언트는 아데토쿤보에게 두 번째 챌린지 과제를 명합니다. 리그 우승을 차지하라는 것.
My man....M.V.P. Greatness. 🙌🏾💪🏾 Next up: Championship. #MambaMentality https://t.co/dhZTFI1Aam
— Kobe Bryant (@kobebryant) June 25, 2019
이번에도 아데토쿤보는 두 시즌 만에 이 챌린지를 '클리어'했습니다.
비록 챌린지 과제를 명했던 브라이언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지만 말입니다.
대신 파우 가솔(41)이 챌린지 성공 소식을 '형님'에게 전했습니다.
He did it, brother ❤️ #MambaMentality #KobesLegacy https://t.co/yEHmpuMpw4
— Pau Gasol (@paugasol) July 21, 2021
아데토쿤보는 20일 안방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0~2021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에서 50득점, 14리바운드, 2어시스트, 5블록슛을 기록하면서 팀이 피닉스를 105-98로 물리치는 데 앞장섰습니다.
피닉스에서 열린 1, 2차전을 내준 뒤 3연승을 기록하고 있던 밀워키는 이날 승리로 '래리 오브라이언 챔피언십 트로피'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밀워키가 NBA 정상에 오른 건 루이스 앨신더(74·개명 후 카림 압둘자바), '트리플 더블 머신' 오스카 로버트슨(83)이 몸담고 있던 1970~1971 시즌 이후 50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번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35.2득점, 13.2리바운드, 5.0어시스트, 1.8블로킹을 기록한 아데토쿤보는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 타이틀까지 얻어냈습니다.
아데토쿤보는 그러면서 데뷔 8 시즌 만에 정규리그 MVP, 올해의 수비 선수상(DPOY), 챔프전 MVP를 모두 차지하게 됐습니다.
아데토쿤보는 생애 두 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2019~2020 시즌 DPOY까지 차지한 상태였습니다.
아데토쿤보 이전에 이 세 가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마이클 조던(58)과 하킴 올라주원(58)뿐이었습니다.
아데토쿤보의 부모님은 그리스 아테네에 살던 나이지리아 불법 이민자였습니다.
그저 'Adetokunbo'처럼 써도 충분할 것 같은 성(姓)을 'Antetokounmpo'라고 쓰는 이유가 바로 그리스어 때문입니다.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d/를 ντ, /u/를 ου, /d/를 μπ로 쓰기 때문에 /아데토쿤보/가 Αντετοκούνμπο가 됐고 이를 다시 로마자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면서 Antetokounmpo가 된 겁니다.
불법 이민 가족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데토쿤보는 원래 나이지리아 국적도 그리스 국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농구 입문 2년 만인 2009년 그리스 2부 리그 소속 필라스티리코스 AO 산하 유스팀에 들어가게 됐고 2012년 1군 멤버가 되면서 그리스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아데토쿤보는 이후 20세 이하 그리스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NBA 스카우트 레이더망에 들어오게 됐고 결국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5순위로 밀워키에 입단하게 됩니다.
밀워키는 첫 우승을 차지한 1970~1971 시즌부터 1990~1991 시즌까지는 21년 동안 18번 '봄 농구' 무대를 발았던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1979~1980 시즌부터 1990~1991 시즌까지는 1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1~1992 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22년 동안에는 통산 승률 0.433(761승 995패)를 기록하면서 약체 이미지가 됩니다.
이후 아데토쿤보를 지명하면서 팀 분위기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50년 만에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반면 찰스 바클리(58)가 팀을 이끌던 1992~1993 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한 서부 콘퍼런스 2위 피닉스는 2연승을 먼저 거두고도 내리 4연패하면서 1968년 창단 이후 첫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피닉스가 이번 시즌 4연패를 기록한 건 챔프전 3~6차전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피닉스가 NBA에서 제일 오래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은 아닙니다.
애틀랜타는 세인트루이스가 연고지였던 1957~1958 시즌 이후 63년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한때 제 응원팀이었던) 새크라멘토는 '로체스터 로열스'라는 이름을 쓰던 1950~1951 시즌 이후 70년 동안 우승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