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호주 오픈 챔피언 인터뷰를 앞두고 마스크를 벗는 오사카 나오미. 멜버른=로이터 뉴스1

"벌금은 얼마든 낼 테니 그 돈을 정신 건강 문제 해결에 써달라."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4·일본·세계랭킹 2위)가 올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기간에 언론과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게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입니다.

 

오사카는 26일(현지시간)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런 뜻을 밝혔습니다.

 

 

오사카는 "기자회견에서는 이미 예전에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을 또 들어야 하고 나 자신을 의심하는 듯한 질문에도 대답을 해야 한다.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썼습니다.

 

그는 계속해 "(경기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선수를 보면) 이미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사카는 "특정한 관계자나 특정한 기자가 싫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니스 관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2019 중국 오픈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사카 나오미. 선전=비주얼차이나그룹

메이저 대회 참가 선수에게는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하면 최대 2만 달러(약 2200만 원)를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오사카는 지난해 전 세계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3740만 달러(약 463억 원)를 벌어 들였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뷰를 거부할 때마다 연봉 4630만 원인 사람이 느끼기에 2만2000 원 정도를 벌금으로 내야 하는 셈입니다. 

 

 

오사카는 2019년 윔블던 1회전에서 탈락한 뒤 기자회견장을 서둘러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슈퍼스타'라는 명성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문제였습니다.

 

오사카는 "그만하면 안 될까요? 금방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하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런 경험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습니다.

 

2019년 프랑스 오픈 3회전에서 탈락한 오사카 나오미. 파리=AP 뉴시스

클레이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는 프랑스 오픈은 오사카가 가장 약한 무대이기도 합니다.

 

2018년 US 오픈, 2019년 호주 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했지만 2019년 프랑스 오픈에서는 3회전에서 탈락했고 지난해(2020년)에는 부상을 이유로 아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똑같이 US 오픈호주 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한 뒤 프랑스 오픈에 참가하지만 우승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사실.

 

그러니 언젠가 이런 선언을 해야 했다면 프랑스 오픈 개막을 코앞에 둔 지금이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는지 모릅니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오사카 나오미. 여자프로테니스(WTA) 홈페이지

미디어(media)는 원래 관계는 이어주는 '매개(媒介)'라는 뜻.

 

그러나 이제 선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어지간한 미디어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선수가 '인터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때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오사카는 전 세계 기자들에게 '레종 데르트'(Raison d'être·프랑스어로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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