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 뉴욕=로이터 뉴스1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3·일본·세계랭킹 9위)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첫 테니스 여제 자리에 올랐습니다.


오사카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20 US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31·벨라루스·27위)에게 2-1(1-6, 6-3, 6-3)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US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1세트를 내준 선수가 역전 우승에 성공한 건 이번이 1994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입니다.


당시 결승전에서는 아라차 산체스 비카리오(49·스페인)가 슈테피 그라프(51·독일)를 상대로 2-1(1-6, 7-67-3, 6-4)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우승을 확정한 후 코트 위에 드러누운 오사카 나오미. 뉴욕=AP 뉴시스


오사카는 이날 우승으로 2017 프랑스 오픈 이후 메이저 대회를 13번 치르는 동안 여자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한 첫 번째 선수가 됐습니다.


오사카는 2018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따냈으며 그다음 메이저 대회였던 지난해 호주 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7년 프랑스 오픈이 기준인 건 바로 직전 메이저 대회였던 2017 호주 오픈 때까지는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8위)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호주 오픈 결승에서 맞붙은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 동아일보DB


윌리엄스는 딸 올림피아(3)를 임신한 상태로 2017 호주 오픈 정상을 차지했지만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로는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역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이 세 번 이상인 선수는 오사카까지 다섯 명뿐입니다.


▌메이저 대회 정상을 3회 이상 차지한 현역 선수
 선수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합계
 세리나 윌리엄스  7  3  7  6  23
 비너스 윌리엄스  -  -  5  2  7
 킴 클레이스터르스  1  -  0  3  4
 앙겔리크 케르버  1  -  1  1  3
 오사카 나오미  1  -  -  2  3


아시아 국적 선수 가운데 메이저 단식 정상을 세 차례 차지한 것도 오사카가 처음입니다.


이전까지는 오사카와 리나(李娜·38·중국·은퇴)가 두 번으로 공동 1위였습니다.


리나는 2011 프랑스 오픈, 2014 호주 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입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오사카는 물론 스스로를 '아시아인'보다는 '흑인'으로 정의하고 있을 개연성이 큽니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웨스트 앤드 서전 오픈 4강 경기를 앞두고 "나는 운동 선수이기 이전에 흑인 여성"이라면서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일곱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백인) 경찰에 목숨을 잃은 흑인 피해자 일곱 명 이름을 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2020 US 오픈 내내 흑인 피해자 이름을 쓴 마스크를 쓰고 나온 오사카 나오미


결승전 마스크 주인공은 타미르 라이스(2002~2014)였습니다.


라이스는 2014년 10월 22일 미국 오하이주 클리블랜드에서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진짜 총으로 오인한 백인 경찰 총을 맞아 숨졌습니다.


오사카는 "이 경기를 전 세계에서 지켜볼 텐데 '저 사람이 누구냐'는 생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볼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려고 이런 마스크를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사카 나오미 2020 US 오픈 마스크
 경기  피해자  결과
 1회전  브리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  2-1(6-2, 5-7, 6-2)
 2회전  엘리야 매클레인(Elijiah McClain)  2-0(6-1, 6-2)
 3회전  아흐무드 아버리(Ahmaud Arbery)  2-1(6-3, 6-74-7, 6-2)
 16강  트레이번 마틴(Trayvon Martin)  2-0(6-3, 6-4)
 8강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2-0(6-3, 6-4)
 준결승  필란도 카스티예(Philando Castile)  2-1(7-67-1, 3-6, 6-3)
 결승  타미르 라이스(Tamir Rice)  2-1(1-6, 6-3, 6-3)


오사카는 올해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여자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이날 우승으로 코트 안에서도 '포스트 윌리엄스' 경쟁 구도에서 제일 앞서 가게 됐습니다.


그래도 안타까운 게 있다면 유럽 무대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


오사카는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모두 3라운드 진출이 개인 최고 성적입니다.



따라서 오사카가 진짜 '소셜 인플루언서' 구실을 맡고 싶다면 두 대회서도 조금 더 성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부터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걸 먼저 증명할 때 그 사람 이야기에 더욱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게 될 테니까요.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