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킴 응 당시 뉴욕 양키스 부단장(왼쪽)과 데릭 지터. WISE 홈페이지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보수적인 구단을 꼽으라면 단연 뉴욕 양키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키스 '캡틴' 출신 데릭 지터(46) 현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주 진보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본인 현역 시절 양키스 부단장을 지낸 킴 응(52) MLB 사무국 야구 운영 부문 수석 부사장에게 마이애미 단장 자리를 맡기기로 한 겁니다.

 

그러면서 MLB는 물론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단장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마이애미는 응 부사장을 단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응 신임 단장이 보기 드문 성(姓)을 쓰는 건 아버지 쪽 가문이 중국 광둥(廣東)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

 

(어머니는 중국에 뿌리는 둔 태국 이민 가족 출신입니다.)

 

응 단장은 응푸이캄(伍佩琴·오패금)이라는 광둥어 이름도 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MLB 팀 단장이 된 건 파르한 자이디(44) 현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에 이어 응 단장이 두 번째입니다.

 

파키스탄 출신 조상을 둔 자이디 사장은 2014~2018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단장을 지냈습니다.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킴 응 부단장, 조 토레 감독. 뉴욕 데일리뉴스 홈페이지

뉴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응 단장은 리지우드고와 시카고대에서 소프트볼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1990년 대학 졸업과 함께 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턴 사원이 됐으며 이듬해에는 정규직 사원이 됐습니다.

 

1995년에는 여성으로는 처음이자 남녀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에 구단 대표로 연봉 조정 테이블에 앉기도 했습니다.

 

1997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사무국 직원으로 변신했던 그는 이듬해(1998년) 브라이먼 캐시먼(53) 양키스 단장 발탁으로 양키스 부단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레인 웨딩턴 스튜어드(56) 보스턴 부단장(1990년 취임)에 이어 MLB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부단장이 됐습니다.

 

LA 다저스 토미 라소다 전 감독과 킴 응 부단장. 아이콘 스포츠 미디어

2001년 다저스 부사장 겸 부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응 단장은 2005년 공석이 된 단장 승진을 기대했지만 다저스는 네드 콜레티(66) 당시 샌프란시스코 부단장을 선택했습니다.

 

응 단장은 이후에도 △시애틀 △샌디에이고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구단에서 단장직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번번히 실패였습니다.

 

응 단장은 "'우리가 이만큼 개방적이다'라는 사실을 홍보하려고 나를 이용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응 단장은 2011년 3월 8일부터 MLB 사무국으로 자리를 옮겨 양키스와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조 토레(81) 전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 계속 기회를 노렸습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수석 부사장을 지낸 킴 응 마이애미 신임 단장. MLB 트위터

MLB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30년 만에 꿈을 이룬 응 단장은 "훈장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지터 CEO는 "응 단장은 야구 지식이 풍부하고 팀을 여러 차례 챔피언으로 이끈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응 단장이 야구와 소프트볼을 사랑하는 전 세계 수백만 여성에게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고 평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키움이 지난해 시즌 개막 전 임은주(54) 전 프로축구 안양 FC 단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가 열흘 만에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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