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키움이 또 한 번 참 재미있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축구인에게 야구팀 경영을 맡긴 것.


키움은 22일 임은주 전 프로축구 안양FC 단장(53·사진)을 새 단장 겸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임 신임 단장은 여성의 몸으로 프로축구 무대에서 다년간 대표이사와 단장을 역임하며 어려운 구단을 강직하게 이끄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현재 구단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구단을 더 발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임 단장은 프로야구 38년 역사에 첫 번째 여성 단장이 됐습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도 여성 단장은 없었습니다. 단, 마이너리그에서는 1973~1977년 A 레벨 팀 포틀랜드 매버릭스가 당시 24세였던 랜디 모스를 단장으로 선임한 걸 시작으로 드문 드문 여성 단장이 나왔습니다. 현재도 애리조나 산하 AAA 팀 리노 단장이 에밀리 잰슨(사진)이라는 여성입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임 단장은 1999년 여성 최초로 프로축구(K리그) 전임 심판이 됐고, 2001년 17세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선수권대회 때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 세계대회 첫 여성 주심으로 세계 축구사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뒤 2005년 축구 행정가로 변신해 2013~2015년에는 도민구단 강원FC 대표, 2017~2018년에는 시민구단 안양FC 단장을 지냈습니다.



이렇게 쓰면 어렸을 때부터 축구만 했을 것 같지만 임 단장은 (한국 나이로) 스물 다섯이 되어서야 처음 축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FIFA에서 1991년 첫 번째 여자 월드컵을 열겠다고 하자 대한축구협회는 1990년 공모를 통해 여자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임 단장은 이때 청주사범대(현 서원대)를 졸업한 뒤 인명구조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공모에 합격하면서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당시 임 단장을 소개한 1990년 '한겨레' 기사를 잠깐 보실까요?


국민학교 입학 전 코흘리개 시절엔 태권도 공인 3품(단)을 따낸 '태권소녀'였고 국민학교 시절엔 육상선수, 여중(세화여중) 시절엔 배구선수로 활약하다가 인천체육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필드하키 선수로 기량을 발휘, 상비군으로 뽑혔다.


청주사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해서는 필드하키 주니어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활약했고 대학 졸업 뒤에는 사회체육에 눈을 돌려 인명구조원(한국사회체육센터)으로 '체육 인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임 단장은 2011년부터 강원FC 대표를 맡기 전까지 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현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프로야구 팀 단장까지 지내게 됐으니 이 정도면 '변신의 귀재'라고 불러도 과연이 아닐 겁니다.


임 단장은 "프로축구 쪽에 몸담고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워낙 특이한 구단이라 관심이 있었다"면서 "프로축구 도·시민 구단은 경제적 자립 문제로 사장들 머리가 아픈데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이 스폰서로 운영하면서도 마케팅 측면에서 자립도가 높더라. 그 노하우가 뭔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만약 내가 축구 선수에서 야구 선수로 이동하면 문제가 된다. 난 전문적으로 스포츠 경영을 해왔던 사람이고, 경영을 하기 위해 이 팀에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야구가 처음이라 공부는 해야겠지만 축구보다는 데이터가 확실하고 전문적인 분업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CEO(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축구보다 일하기에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임 단장은 또 "박준상 사장은 마케팅, 영업에 탁원한 분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내부를 케어할 인물을 찾으려고 고민했던 것 같다. 나는 프런트와 선수단을 케어할 예정이다. 전문적인 분야를 나눠서 맡는 것"이라며 "이번이 세 번쨰 구단 운영이다. 부담은 없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임 단장은 강원FC 대표, 안양FC 단장을 지낼 때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것. 강원FC 대표 시절에는 친구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친언니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문제가 됐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안양FC에서도 선수단 숙소·식당 폐지 문제 등으로 서포터스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본인은 세 번째 구단 운영이라고 하지만 도민구단 강원FC나 2부 리그(K리그2) 소속 안양FC와 프로야구 팀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곤란합니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대형 사고나 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게 사실. 도대체 이 팀은 왜 이렇게 늘 '인상적인' 선택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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