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빌리 빈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부사장. 오클랜드=베이 에어리어 뉴스 그룹


'머니볼' 주인공이 빌리 빈(5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야구 운영 부문 부사장이 30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될 모양입니다.


제일 큰 이유는 물론 '돈'입니다.


빈 부사장은 올해 7월 골드만삭스 출신인 제리 카디널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레드볼  애퀴지션(RedBall Acquisition)'이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레드볼 애퀴지션은 흔히 '스팩(SPAC)'이라고 부르는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입니다.


빌리 빈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부사장. 오클랜드=로이터 뉴스1


일반적으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하려면 보통 사람들이 증권시장에서 그 회사 주식을 사고 싶을 정도로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SPAC은 거꾸로 합니다. 먼저 '페이퍼 컴퍼니'를 증시에 올려 돈을 모은 다음 그 돈으로 회사를 삽니다.


레드불 애퀴지션은 상장 신청서를 통해 '유럽 축구 팀을 포함해 사업성 있는 스포츠 프랜차이즈, 지적 재산을 수익화할 수 있는 스포츠 기업 등'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헨리 메이저리그 보스턴 구단주 겸 펜웨이 스포츠 그룹 대표. 보스턴=로이터 뉴스1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레드불 애퀴지션이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펜웨이 파크를 안방으로 삼고 있는 보스턴 구단이 바로 FSG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 구단 주식도 1%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1899년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 선수단. 야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이해 충돌이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으니 잠깐 시계를 121년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내셔널리그 소속이던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는 1899 시즌을 20승 134패(승률 .130)로 마감했습니다.


승률 .130은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저 승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파이더스가 이렇게 못했던 건 이 팀 공동 구단주 그룹이 당시 퍼펙토스(Perfectos)라는 이름을 쓰던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 시절 사이 영. 야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이들은 세인트루이스 전력 강화를 목적으로 사이 영(1867~1955)을 비롯한 스파이더스 주축 선수를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애석하게도 이해 세인트루이스 역시 84승 67패(승률 .556)로 당시 내셔널리그 12개 팀 가운데 5위에 그쳤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메이저리그는 한 사람이 여러 구단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빌리 빈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부사장. 오클랜드=로이터 뉴스1


그래서 정말 레드볼 애퀴지션과 FSG가 합병한다면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나 레드볼 애퀴지션 가운데 한 쪽 지분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에서 나오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빈 부사장이 보스턴 프런트에 합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WSJ는 빈 부사장이 유럽 축구 클럽 팀 운영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시즌 30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을 차지한 리버풀 역시 FSG 소유입니다.


지난해 7월 22일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리버풀-세비야 경기. 보스턴 홈페이지


빈 부사장이 축구에 관심을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잉글랜드 풋볼 리그(EFL) 챔피언십 그러니까 잉글랜드 2부 리그 팀 반즐리 지분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유럽 축구 시장은 북미 프로 스포츠 시장과 달리 트레이드도 없고,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도 없고, 사치세도 없습니다.


과연 이런 시장에서도 빈 부사장은 '머니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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