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빨리 4할을 쳤으면 좋겠어. 그래야 마지막 4할 타자로 남은 기분이 어떤지 답하고 또 답해야 하는 괴로움이 그 녀석에게 넘어갈 테니까.
I hope somebody hits .400 soon. Then people can start pestering that guy with questions about the last guy to hit .400.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남긴 말입니다.
보스턴에서만 19년 동안 활약한 윌리엄스가 1941년 타율 .406(456타수 185안타)를 기록한 뒤로 현재까지도 메이저리그에서는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적어도 1942년 이후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팀 소속으로 규정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서 .400이 넘는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확실히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조시 깁슨(1911~1947)에게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타이틀이 넘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깁슨은 1943년 홈스터드 유니폼을 입고 타율 .466(249타수 116안타)를 남겼습니다.
그레이스(Grays)라는 애칭을 쓰던 홈스터드가 당시 속한 리그 이름은 '니그로 내셔널리그 (2)'였습니다.
플릿 워커(1856~1924)가 1897년을 퇴출을 당한 뒤로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도 백인만 뛸 수 있는 리그로 변했습니다.
이에 흑인 등 유색 인종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야구 리그가 미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았던 7개 리그를 흔히 '니그로 메이저리그'라고 부릅니다.
이 니그로 리그는 재키 로빈슨(1919~1972)이 1947년 브루클린(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인종 차별 장벽을 무너뜨린 뒤 자연스레 소멸하게 됩니다.
(혹시, 설마, 아직도, '로빈슨 = 메이저리그 첫 흑인 선수'라고 알고 계시는 건 아니죠?)
그 뒤 이 7개 리그는 문자 야구 역사에서 '잊혀진 존재'에 가까운 신세가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 7개 리그에도 '메이저리그'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윌리엄스와 깁슨 모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몰랐지만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는 윌리엄스가 아니라 깁슨이었던 겁니다.
메이저리그가 현재 방식으로 양대 리그 체제를 갖춘 건 1901년 아메리칸리그 출범 이후입니다.
(두 리그가 서로를 '동격'으로 인식하게 된 건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라고 보는 게 조금 더 적확한 표현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69년 리그 역사를 정리하면서 내셔널리그(1876년)와 아메리칸리그 이외에도 유니언어소시에이션,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 플레이어스리그, 페더럴리그 등에도 메이저리그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51년 만에 다시 니그로리그까지 메이저리그 외연을 확대하게 된 겁니다.
스포츠·연예 매체 '더 링어'는 1969년 이 조사를 맡은 '야구 기록에 대한 특별 위원회(Special Committee on Baseball Records)' 회원 5명이 전부 백인 남성이었기에 당시 니그로리그를 제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 니그로리그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메이저리그 기록을 곧바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 명예의 전당은 1972년 회원인 깁슨이 "거의 800개 가까운 홈런을 쳤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심지어 '리그와 독립 리그를 통틀어 때린 숫자'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새철 페이지(1906~1982)가 통산 2000승을 거뒀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니그로리그 기록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리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은 더 '마지막 4할 타자로 남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깁슨이 아니라 윌리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