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에이스 크리스 세일. 보스턴 해럴드 홈페이지
크리스 세일(31)이 결국 수술대에 오릅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은 세일이 팔꿈치인대접합(토미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이러면 빨라도 내년 시즌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보스턴 팬 한 사람으로서 에이스를 보지 못하게 된 건 확실히 안타까운 일.
하지만 보스턴은 무키 베츠(27)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보내면서 리빌딩을 선언한 상태라 지금 팀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구단 관점에서는 세일이 2년간 받기로 돼 있던 6000만 달러(748억 원)를 보험사에서 받게 될 테니 그것도 나쁜 일이 아닐 겁니다.
라이브 피칭 중인 크리스 세일. 보스턴 홈페이지
세일은 1일 라이브 피칭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4일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고 굴곡근(flexor tendon) 염좌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보스턴은 '수술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2주 만에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즌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도 수술 결정에 영향을 줬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세일이 토미존 수술을 받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세일은 2018년 어깨 염증으로 8월 12일 등판 이후 한 달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통증이 팔꿈치로 내려오면서 8월 13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접었습니다.
어깨 염증 → 팔꿈치 통증 → 굴곡건 염좌는 토미존 수술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입니다.
크리스 세일 지난해 8월 13일 투구 모습. 클리블랜드=AP 뉴시스
아니, 세일은 어쩌면 언젠가는 한번 이 수술을 받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키(191㎝)에 비해 몸무게(81㎏)가 너무 적게 나가는 데다 전형적인 '인버티드(inverted) W'형 자세로 공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버티트 W형 자세로 공을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부상이 뒤따르는 건 아닙니다.
인버티트 W형 투수가 토미존 수술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닙니다.
신체 조건과 투구 패턴, 투구 매커니즘 등을 주로 고려했을 때 부상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세일이 전체 13위로 지명을 받은 2010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부터 계속 이런 지적이 따라다녔으니까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단 기간 2000 탈삼진 기록을 세운 건 좋았지만 이런 투구 스타일이 야금야금 팔꿈치를 갉아 먹고 있던 겁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번 수술이 세일 본인에게는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