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 몸값 총액 제한이 생깁니다.


말이 좀 복잡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한 샐러리캡(연봉상한제) 이야기입니다.


KBO는 21일 올해 첫 이사회(사장단 모임)를 열고 KBO 규약과 리그 규정 개선안 및 2020년 예산안에 대해 심의했습니다.


사실 이날 KBO에서 발표한 내용은 대부분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2019년 제6차 이사회 때 이미 다뤘던 것.


KBO는 당시에도 샐러리캡을 도입하겠다는 원칙은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얼마를 기준으로 제도를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4년간 150억 원(연평균 37억5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2017년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38). 동아일보DB


앞서 보신 것처럼 샐러리캡 도입 시기는 2023년입니다.


말이 복잡한 건 '얼마'입니다. KBO에서 밝힌 대로 인용하면:


2021년과 2022년의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의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의 평균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했다.


이래서 제가 '관형격 조사 의의 과잉의 시대'에 사는 걸 한탄합니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먼저 각 구단 선수를 내년에 받는 (실제) 몸값 순서로 정렬합니다. 그다음 외국인 선수를 뺍니다. (KBO는 신인 선수도 포함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최저 연봉을 받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40명을 자릅니다.


다음 단계는 이 40명 평균 몸값을 계산하는 것. 이어서 10개 구단에서 얻은 이 40명 평균 몸값에 대해 다시 평균을 계산합니다. 이렇게 얻은 계산 결과는 일단 아껴 놓습니다.


해가 바뀌면 다시 같은 계산을 합니다. 그리고 2021년에 아껴 뒀던 결과와 다시 평균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1.2를 곱하면 샐러리캡 상한선이 나옵니다.


이 상한액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이후에는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다시 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말랑한 모자 = 소프트캡. 인터넷 캡처


네, 맞습니다. 평균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정하면 이 금액을 넘어서 연봉을 지급한 팀이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참고로 2019년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한액은 87억1620만 원입니다.


그러면 △롯데 101억8300만 원 △SK 96억 1500만 원 △KIA 90억8800만 원 등 세 팀은 샐러리캡 이상으로 선수단 연봉을 지급한 셈이 됩니다.


▌2019년 연봉 기준으로 샐러리캡 적용하면…
 구단  연봉 총액  상위 40명  제재금
 롯데  101억8300만  98억4900만  7억3340만
 SK  96억1500만  92억5600만  4억4940만
 KIA  90억8800만  87억5800만  1억8590만
두산  78억7000만  75억6000만  N/A
 NC  74억5900만  73억2400만
 LG  75억5200만  70억9800만
 한화  68억3400만  65억4500만
 삼성  64억2200만  61억4800만
 키움  56억9400만  56억1300만
 KT  47억6100만  44억8400만
 평균 120%  87억1620만


이렇게 상한액 이상으로 연봉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걸 흔히 '소프트캡'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소프트캡 방식을 채택한 리그에서 상한선을 넘긴 팀은 제재금을 비롯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이날 KBO 발표 내용을 보면 처음 상한선을 초과했을 때는 초과 금액 50%를 제재금으로 냅니다.


2년 연속 상한선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제제금 100%에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아래로 내려갑니다.


3년 연속일 때는 제제금이 150%로 오르고 신인 지명권은 계속 9단계 아래입니다.


2009년 두산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세데뇨(37). 동아일보DB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은 별도입니다.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은 '하드캡' 방식입니다.


2023년부터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는 최대 3명 몸값(연봉, 계약금, 옵션 및 이적료 등)을 합쳐 400만 달러(약45억3400만 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외국인 선수 몸값은 100만 달러(약 11억3400만 원)를 넘기면 안 됩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도입 시기는 당초 예고한 2021년에서 2023년으로 늦췄습니다.


팀당 타자 1명, 투수 1명을 둘 수 있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은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


이들은 평소에는 퓨처스리그(2군)에 머물다가 외국인 선수가 부상이나 기량 저하로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될 때만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예고한 것처럼 이번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3명이 동시에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 동아일보DB


KBO에서 이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제한했던 것처럼 다음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등급제도 적용합니다.


단, A등급을 받는 기준은 2020 시즌 종료 후 한번만 바꾸기로 했습니다.


원래 방안은 구단에서 몸값 1~3위 안에 들고(and) 리그에서 1~30위 안에 들어야 A등급입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는 구단 내 몸값 1~3위 안에 들거나(or) 리그에서 1~30위 안에 들면 A등급으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FA 등급제 실시 방안
 등급 기준 몸값 보상(택1)
 A • 구단 1~3위 또는
 • 리그 전체 1~30위
 • 보호선수 20인 외 1명+전년도 연봉 200%
 • 전년도 연봉 300%
 B • 구단 4~10위 또는
 • 리그 전체 31~60위
 • 보호선수 25인 외 1명+전년도 연봉 100%
 • 전년도 연봉 200%
 C 나머지 전부 전년도 연봉 150%


이에 대해 KBO는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KBO는 한 팀에서 FA가 6명 이상 나오면 해당 팀에 한해 연봉 1~4위까지 A등급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이번 시즌이 끝난 뒤 6명이 신규 FA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그리고 정운찬 KBO 총재 응원팀인) 두산에 지나치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이제 대놓고 '두산 FA 보호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특정 팀에 유리한 제도는 결국 '우리 팀' 전력 강화 가능성을 없애는 것. 그래서 이 방안을 나머지 9개 팀 사장단이 받아들였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신규 FA 취득 기간은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1년씩 줄어듭니다. 단, 4년이 필요한 재취득 기간은 현형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019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두산 오재원(왼쪽)과 같은 팀 김태형 감독. 동아일보DB


말 많고 탈 많던 포스트시즌 제도 개편안 가운데는 승률 기준으로 정규리그 1위 팀이 두 팀일 때 1위 결정전을 치르는 방안만 살아 남았습니다.


세 팀 이상이 그럴 때는 예전처럼 상대전적, 다득점, 전년도 성적 순위로 1, 2위를 가립니다.


한국시리즈 편성 방식은 2-3-2에서 2-2-3으로 바꿉니다. 앞으로는 정규리그 우승팀 안방 구장에서 1, 2, 5, 6, 7차전을 열게 되는 것.


한국시리즈는 이미 정규리그 우승팀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이렇게 업셋(upset·하위 팀이 상위 팀을 이기는 일)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는지 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역시 말 많고, 탈 많았던 '3피트 수비방해 자동 아웃'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수비 페이퍼 또는 리스트 밴드는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단, 투수는 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부상자 제도도 도입합니다. 경기나 연습 중 선수가 다치면 구단은 10일, 15일, 30일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이 선수를 부상자 명단에 올릴 수 있습니다.


만약 부상 중인 선수가 올스타전 선발 선수로 뽑혔을 때는 최다 득표 2위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또 올스타전 감독 추천 투수도 6명에서 7명으로 한 명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러면 각 팀 올스타 선수는 총 25명이 됩니다.


현재 2700만 원인 최저 연봉은 2021년부터 3000만 원으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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