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9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당시 키움 선수단. 키움은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1위 두산과 승차 없는 2위에 이름을 올린 SK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동아일보DB

이런 걸 두고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포스트시즌 제도를 손질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은 지난주 워크숍 형태로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정규시즌 막판 순위가 굳어진 다음에도 계속 흥미를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 정규리그 2, 3위 팀이 1, 2팀과 2경기 이내일 때는 1승을 안고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 1, 2위 팀 승률이 같을 때는 단판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첫번째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업셋(upset) 방지용'일 겁니다. (※업셋: 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일)

 

그런데 업셋 가능성이 줄어들면 '가을야구'가 지금 같은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단일 리그로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1989년 이후 드림·매직 리그로 팀을 나눴던 1999, 2000년을 제외하고 '계단식 포스트시즌'은 총 29번 열렸습니다.

 

이 가운데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은 각 13번 일어났습니다. 플레이오프는 29번 모두 열렸으니 업셋 확률 44.8%이고, 준플레이오프는 1995년 당시 규정에 따라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46.4%입니다. 

 

이게 많은가요? 업셋 희망이 45% 정도도 없다면 '가을 야구' 티켓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별수 없다. 언더독을 응원하는 팬들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역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역전 우승을 했다는 건 올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임수에 빠지고 싶은 건 오히려 언더독이다. "올해 우리는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너희들과 달리 우리는 챔피언이 될 것이다." ─ [토요스케치]왕자와 거지 싸움? 반전을 꿈꾸는 가을야구

 

실제로 업셋이 일어났던 시즌 가운데 플레오프는 네 시즌(30.8%), 준플레이오프는 여섯 시즌(46.2%)에 새 규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규정 도입 취지대로(?) 이 시즌 업셋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플레이오프는 31%, 준플레이오프는 25%로 업셋 확률이 내려가게 됩니다.

 

물론 이미 1승을 주고 시작하는 일본 프로야구 사례에서 보듯 실제로는 이렇게 100% 순위가 그대로 굳어지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업셋 확률은 내려갈 겁니다. 

 

정말 이렇게 업셋 확률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가을 야구 한 경기라도 더 해야 팬이나 KBO 모두에 이득 아닙니까?

 

2003년 정규리그 4위 SK의 한국시리즈 진출 소식을 전한  그해 10월 13일자 동아일보 지면. 당시 1위 현대와 2위 KIA가 2경기, 2위 KIA와 3위 삼성이 또 2경기 차이가 났습니다. 만약 삼성과 KIA가 전부 1승씩 거뒀다면 그해 한국시리즈 매치업이 달라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뭐, 도입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확률이 지극히 낮으니까요.

 

사실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우승 결정전'을 실시했던 적이 있습니다.

 

1986년 후기 리그 때 해태(현 KIA)와 OB(현 두산)와 33승 2무 19패(승률 .635)로 동률을 이루자 3전 2선승제 시리즈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던 것.

 

당시에는 OB가 1, 2차전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결국 후기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리즈 결과가 포스트시즌 대진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해에는 같은 팀이 전·후기 모두 2위 안에 들었을 때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해태는 전기 리그 때도 34승 2무 18패(승률 .654)로 삼성(39승 15패·승률 .722)에 이어 승률 2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KBO에서 새로 마련하려는 단판 경기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걸고 맞붙기 때문에 당시와는 분위기가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포스트시즌을 바꾸는 방안,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대 업셋

연도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1989     2015년
도입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
1996  
1997    
1998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합계 5 13 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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