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먼저 패를 전부 깠습니다. 이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어떤 패를 들고 있는지 확인할 시간입니다.


KBO는 28일 제6차 이사회(사장단 모임)를 열고 리그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날 논의 내용은 사실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에서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선수협도 이미 이 내용을 받아보고 24일 열린 제3차 이사회에서 '받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KBO는 이사회를 마친 뒤 제도 개선안 내용을 공개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압박에 나선 겁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저액 연봉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도록 제도 개선안을 준비했다"면서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선수협) 총회에서 다시 이 내용을 논의할 수 있도록 선수협이 리그 전체의 성장을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KBO에서 마련한 개선안은 퍽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일 뜨거운 감자는 샐러리캡(연봉상한제) 도입입니다.


KBO는 선수협 요구를 받아들여 자유계약선수(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1년씩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 문제를 샐러리캡 도입과 연동하겠다는 방침. 선수협에서 샐러리캡 도입을 받으면 FA 취득 기간을 줄이고 아니면 현재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KBO는 이와 함께 다음(2020) 시즌이 끝난 뒤에는 FA 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3년간 연봉(+옵션)을 기준으로 FA를 A, B, C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보상 규모를 달리 하는 내용입니다.


▌KBO 이사회 FA 등급제 도입안
 등급  기준 몸값  보상(택1)
 A  • 구단 1~3위 그리고
 • 리그 전체 1~30위
 • 보호선수 20인 외 1명+전년도 연봉 200%
 • 전년도 연봉 300%
 B  • 구단 4~10위 그리고
 • 리그 전체 31~60위
 • 보호선수 25인 외 1명+전년도 연봉 100%
 • 전년도 연봉 200%
 C  나머지 전부  전년도 연봉 150%


만 35세가 넘어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몸값에 관계없이 무조건 C 등급으로 분류하는 내용도 이번 개선안에 담겼습니다. 또 FA 자격을 두 번째 얻은 선수는 무조건 B 등급, 세 번째는 C 등급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KBO는 부상자 명단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부상 단계별로 최대 30일까지 1군 등록 일수를 인정하는 방안입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몸을 다쳐 1군 경기에 나서지 나서지 못한 선수가 이 제도를 활용하면 FA 자격 취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2009년 두산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세데뇨(36). 동아일보DB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도 바뀝니다. 현재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등록하고 그 중 두 명만 같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세 명이 전부 출전해도 괜찮습니다. 외국인 선발 투수 + 외국인 구원 투수 조합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2021년부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각 구단은 연봉 30만 달러(약 3억5000만 원) 이하로 육성형 외국인 투수와 타자를 각 1명씩 영입할 수 있습니다. 다년 계약도 가능합니다. 


이들은 1군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때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 선수 부상, 기량 저하 등으로 출전이 어려울 때는 1군 경기에 나서는 것도 가능합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토종' 선수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1군 엔트리 숫자는 현재 27명에서 28명으로 한 자리 늘리기로 했습니다. 실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도 25명에서 26명으로 한 명 늘어납니다.


연봉 2900만 원에 2019년 계약을 맺었던 롯데 강로한. 동아일보DB


5년째 동결 중인 최저 연봉은 2021년부터 현재 27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11.1% 올리기로 했습니다. KBO는 "최저 연봉을 올리면 2019년 소속 선수 기준으로 전체 선수 중 27%(150명)가 혜택을 본다"고 전했습니다.


대신 연봉 3억 원이 넘는 선수(2019년 기준 66명)이 부상이 아닌 이유로 2군에 몸담고 있을 때 일당을 50%만 지급하는 조항은 "저액 연봉 선수 보호 차원에서"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봉 5000만 원 미만 선수(2019년 기준 290명)가 1군 경기에 출전할 때 일당을 연봉 5000만 원에 맞춰주는 조항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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