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일단 구단 쪽 제안에 '콜'을 외쳤습니다. 단, 제일 뜨거운 감자를 먹을 건지 말 건지는 히든 카드를 받아 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선수협은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 총회를 열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제안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효투표 346표 가운데 찬성 195표(56.4%), 반대 151표(43.6%)로 개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샐러리캡(연봉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KBO 쪽 설명이 부족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니까 '조건부 수용'이 이날 총회에서 정한 기본 방침입니다.


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이대호 선수협회장. 뉴시스


선수협 회장을 맡고 있는 롯데 이대호는 "KBO 이사회 개선안을 보면 샐러리캡을 도입한다는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데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KBO 보충안을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이 들어오면 각 구단 이사를 통해 선수단 의견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샐러리캡에 상한 금액은 물론 하한 금액도 들어 있어야 수용할 수 있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샐러리캡 도입을 두고 양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개선안 수용 방침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7월 15일 열린 선수협회 제2차 이사회 장면. 선수협 홈페이지


'왜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냐'는 질문에 KBO도 할 말은 있습니다. 샐러리캡 도입은 선수협에서 자유계약선수(FA) 80억 원 상한제를 거부하면서 먼저 KBO에 제안했던 카드였기 때문. 그래서 구단 쪽도 '콜'을 외친 다음 선수협회 선택을 기다리고 있던 겁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다음 이사회(사장단 모임) 때 샐러리캡 금액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액 조정 과정에서 선수협과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매일신문에서 정리한 승수 대비 연봉 자료. 홈페이지 캡처


개인적으로는 한국 프로야구에 샐러리캡이 꼭 필요한 제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샐러리캡을 도입하는 제일 큰 이유는 '리그 전력 평준화'입니다. 특정 구단에서 몸값이 비싼(≒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싹쓸이해 독주하는 걸 방지하려는 것.


한국 프로야구는 연봉과 승률이 별 상관 없는 리그입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 이후 구단별 연봉 상위 27명 연봉 총액과 정규리그 승률 사이 상관관계를 알아보면 R²가 .0312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도별 연봉 총액과 승률을 Z점수 방식으로 표준화한 뒤 분석


그러니 샐러리캡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그냥 '몸값 줄이기'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러면 모든 구단이 앞장서 이 제도를 지켜야 하는데 과연 그게 될까요?


샐러리캡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일단 선수가 얼마를 받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선수 계약 과정에서 '통일계약서'를 무시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KBO 규약 38조는 "구단과 선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더라도 통일계약서의 조항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39조에서는 "38조에 위배된 특약이나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B구단과 C선수의 계약서에는 "본 계약과 한국야구위원회 선수계약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경우 본 계약의 조건을 우선한다"고 기재돼 있다. 대놓고 KBO 규약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B구단 관계자는 "타 구단에서도 비슷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MK스포츠 'KBO리그 샐러리캡은 어렵다…모든 구단이 '가짜 계약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2014년 삼성이 안지만(36)과 계약할 때 언론 발표 내용과 실제 계약 조건이 달랐다는 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저 제도 하나 도입한다고 각 구단이 갑자기 '착한 양'으로 발전할까요? 그보다 '뒷돈'을 찔러주는 방식만 발전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럴수록 이미 연봉이 적은 선수만 손해를 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럴 거면 80억 원 상한제 카드로 '족보'를 맞춰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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