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2차 드래프트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야구원회(KBO)는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2020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를 진행합니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룰 5 드래프트'를 본따 각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2군급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만년 마이너리거에게 새 팀에서 뛸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를 룰5 드래프트라고 부르는 건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 5조에서 이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



같은 규칙 4조는 신인 선수 지명 절차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는 룰 4 드래프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2차 드래프트 관련 규정은 KBO 규칙 어디에 들어 있을까요? 한국도 신인 드래프와 헷갈리지 않게 '룰 # 드래프트'라고 부르면 좀 더 폼이 나지 않을까요?


아니, 불가능합니다. KBO 규칙은 물론 KBO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KBO 규약, 리그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사항을 수록한 KBO 리그 규정 어디에도 2차 드래프트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 제도가 하늘에서 떨어진 걸까요?


KBO에서 2차 드래프트를 마련한 건 2011년 3월 8일이었습니다. 당시 KBO는 그해 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아래와 같이 심의했습니다.


2차 드래프트(룰5) 각 구단의 보호선수 50명을 제외한 선수를 대상으로 2년에 한차례 실시하되 구단당 3라운드를 진행하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지명 순서는 신생구단부터 전년도 성적의 역순위 지명후 모든 라운드 종료 후 5명 추가 지명 가능


실행위원회는 KBO 사무총장을 위원장을 맡고 10개 구단 단장이 모여 리그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모임입니다.


이어 6월 21일 열린 그해 5차 KBO 이사회 그러니까 사장단 모임에서 2차 드래프트 시행 세칙을 통과시키면서 11월 12일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2차 드래프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실행위원회에는 KBO 규약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기능이 있고, 이사회에는 규약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 관련 내용을 규약에 담을 수 있었는데 양쪽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KBO 실행위원회에서 처음 2차 드래프트 이야기가 나온 건 당시 창단을 앞두고 있던 제9 구단 NC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베테랑 야구 기자는 "당시 분위기상 신생 구단 특별 지명 비슷하게 임의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구단들도 처음에는 이걸 항구적으로 해야 하는지 까리했을 거다. 하다 보니 대충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태 아무 탈 없이 진행했으니 긁어부스럼이 될지도 모를 일. 그래도 그냥 규약 어딘가에 "구체적인 2차 드래프트 방식이나 지명할 수 있는 선수의 수 등은 KBO 이사회에서 정한다"고 근거를 한 줄 넣어둬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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