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OK저축은행 송명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5연승을 기록 중이던 OK저축은행이 5일 현대캐피탈에 0-3 완패를 당하면서 프로배구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일정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참고로 남자부는 총 7개 팀이고 자기 팀을 제외하고 6개 팀과 한 번씩 맞붙으면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여자부는 6개 팀이라 5경기를 하고 나면 한 라운드 끝입니다.)


그러니까 OK저축은행이 현대캐피탈을 꺾었다면 1라운드 전승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겁니다. 만약 OK저축은행이 이날 승리했다면 2013~2014 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라운드 전승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창단 첫 라운드 전승에는 실패했지만 OK저축은행은 승점 14점을 따내면서 1위로 1라운드 일정을 마쳤습니다. 올 시즌부터 연습장이 있는 용인뿐 아니라 경기장에서도 팀 지휘봉을 잡게 된 석진욱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외국인 주공격수 레오(25·크로아티아)가 오른쪽 다리 근육을 다치는 바람에 한 달 정도 경기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태. 석 감독은 대체 선수를 알아보는 대신 조재성(24)에게 오른쪽 날개를 맡긴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 신영석, 전광인(왼쪽부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반면 현대캐피탈은 새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습니다. 최태웅 감독을 활짝 미소 짓게 만들었던 외국인 레프트 에르난데스(28·쿠바)가 시즌 개막 두 경기 만에 발목을 다쳐 짐을 쌌기 때문. 현재 현대캐피탈은 새 외국인 선수 최종 후보 두 명을 저울질 중입니다. 두 명 모두 라이트로 뜁니다.


최 감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에르난데스를 다른 팀에서 지명하면 뽑아야겠다'고 생각해둔 선수가 두 명 있었다"면서 "두 명 모두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하지만 현재 소속팀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가운데서도 KB손해보험(지난달 24일), 삼성화재(1일)를 상대로 각각 3-2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시즌 첫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3승 3패(승률 8점)로 5할 승률에 턱걸이한 건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텼다고 할 수는 있어도 '디펜딩 챔피언' 위용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 최 감독은 "늦어도 2라운드 안에는 새 외국인 선수가 합류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비예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과 맞붙었던 대한항공은 역대 최단신(194㎝) 외국인 선수 비예나(26·스페인)가 최예나(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비예나) 자리를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하면서 팀도 덩달아 상승 기류를 타고 있습니다. 비예나는 1라운드를 공격 성공률 2위(56.5%), 득점 3위(140점), 퀵오픈 1위(72.7%)로 마쳤습니다.


비예나뿐 아닙니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 때 공격 효율 .382로 이 부문 선두를 기록했습니다. 2위 OK저축은행(.347)과 비교해도 무시하기 힘든 차이. 잘 나가던 OK저축은행이 외국인 선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걸 감안하면 2라운드 때는 대한항공이 추월에 성공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사실 대한항공이 1라운드 때 4승 2패(승점 12점)로 2위에 그친(?) 제일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 산탄젤로(25·이탈리아)가 사실상 출장하지 않았던 삼성화재에 1-3(지난달 22일)으로 무릎을 꿇었기 때문. (삼성화재를 우습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대한항공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아쉬웠다는 뜻입니다.) 


이런 실수를 줄여 나간다면 시즌이 흐를수록 대한항공이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할 확률도 올라갈 겁니다. 국내 선수진이 워낙 탄탄한 데다 비예나까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니까요. 물론 체력 관리도 필수.



아가메즈 대체 선수로 우리카드에 유니폼을 입은 펠리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우리카드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4승 2패를 기록했지만 풀 세트 승리가 두 번이라 승점 10점을 기록하면서 3위로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우리카드로서 가장 아쉬운 건 지난달 31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0-3으로 완패했다는 것. 외국인 선수 펠리페(31·브라질)는 이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29.2%로 부진하면서 9점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남은 시즌도 사실 펠리페가 허리 부상으로 팀을 떠난 아가메즈(34·콜롬비아)의 빈자리를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카드 성적이 달라질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 시즌 아가메즈는 그저 점수를 많이 올린 것뿐 아니라 '우리 아가메즈가 달라졌어요'를 찍으면서 '라커룸 리더' 구실도 맡았으니까요.


반면 냉정하게 이야기해 펠리페는 딱 '대체 선수 1순위' 레벨인 게 현실. 그게 펠리페가 세 시즌 동안 V리그에서 뛰면서도 계속 팀을 옮기는 이유일 겁니다. 과연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우리는 펠리페를 어떤 선수로 기억하게 될까요?



득점 공동 1위로 1라운드를 마친 삼성화재 박철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현재까지 올 시즌 삼성화재는 '박철우'라는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박철우(34)는 1라운드 6경기에서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43.1%를 책임지면서 150점을 올렸습니다. 한국전력 가빈(33·캐나다)과 함께 득점 공동 1위 기록입니다.


박철우가 클래스를 증명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게 삼성화재가 1라운드 때 4위(3승 3패·승점 9점)에 만족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삼성화재는 원래 외국인 드래프트 때 라이트 조셉 노먼(26·미국)을 뽑았습니다. 문제는 노먼이 팔꿈치와 정강이 통증을 달고 살았다는 것. 이에 삼성화재는 9월 10일 노먼을 돌려 보내고 산탄젤로를 영입했습니다. 산탄젤로는 선수단과 손발을 맞춘 시간이 부족한 데다 발목까지 다치면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이번 달(11월)은 힘든 경기가 많을 것 같다. 외국인 선수가 도와주는 부분이 있어야 박철우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길 거다. 국내 선수들도 좀 더 분발해야 한다"면서 "박철우는 경기 다음 날 푹 쉬도록 하면서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B손해보험 4년차 세터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KB손해보험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바꾼 케이스. KB손해보험은 외국인 드래프트 때 3순위로 지명한 산체스(33·쿠바)가 순천·MG새마을금고컵 대회 직전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하자 2017~2018 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뛰었던 브람(30·벨기에)을 데려왔습니다.


브람은 양보다 질이 문제. 브람은 브람은 1라운드 6경기에서 128점(4위)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46.6%(10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기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내 권순찬 감독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그 탓에 KB손해보험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두 세터를 먼저 따내고도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현재 5연패.


어차피 겪어야 할 어려움이라면 시즌 초반에 겪는데 나을 텐데 권 감독은 브람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민(22) 카드를 꺼내 쓰기 바쁩니다. 한국민이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주포'가 코트를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시즌 전체 일정을 소화하는 데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코드를 좀 비울 때가 있어 보이는 선수는 세터 황택의(23)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터가 서브 리시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황택의는 정도가 심합니다. 최익제(20)는 몰라도 양준식(28)은 좀 더 중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7시즌 만에 V 리그로 돌아온 가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가빈은 좀 짠합니다. 가빈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뛴 2011~2012 시즌보다 일곱 살을 더 먹었지만 이번 시즌에도 한국화재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절반 가까이(47.5%)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리그 전체 1위 기록입니다.


이렇게 공격 점유율이 높다는 건 상대 팀도 가빈이 공격할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뜻. 가빈에게 상대 블로커가 3명 붙은 비율은 17.2%로 대한항공 비예나(13%)와 비교하면 32.3% 높았습니다. 그러니 가빈이 공격 성공률 9위(47%)에 그친 게 꼭 가빈 잘못이 아닙니다.


이렇게 가빈에게 공을 많이 띄웠지만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천안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패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승리할 수 있던 건 가빈(28점)뿐 아니라 김인혁(24)이 17점, 공재학(28)이 10점을 올리면서 공격을 분산한 덕분입니다.


이런 몰방(沒放) 배구가 문제라는 걸 장병철 감독이라고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정준혁(26), 조근호(29)는 무게감이 떨어지고 왼쪽 날개도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게 현실. 이대로 시즌이 흘러간다면 '가빈전력'은 시즌 내내 KB손해보험과 꼴찌 경쟁을 벌일 확률이 높습니다.




• 1라운드 종료 시점까지 남자부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34%로 지난 시즌(39.6%)보다 5.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단, 이게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공인구 반발력을 조정한 효과인지는 아직 불문명합니다. 당장 2016~2017 시즌(47.3%)에서 2017~2018 시즌(41.2%) 사이에 6.1%포인트가 떨어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건 이제는 상대 서브를 정확하게 받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 물론 이번 시즌이라고 서브 리시브 타령 소리가 멈추지는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못난 감독들 핑계일 뿐 실제로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다는 이유만으로 경기에서 패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1라운드 때 제일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좋은 팀은 현대캐피탈(41.6%)였지만 승점 8점을 따는 데 그쳤고 OK저축은행(30.9%)은 뒤에서 세 번째 서브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고도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중요한 건 리시브 성공률 그 자체가 아니라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어떻게 대처했느냐 하는 겁니다.


※남녀부 일정이 달라서 남자부는 6일 곧바로 2라운드를 시작하지만 여자부는 1라운드 경기를 소화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시즌 여자부 노우트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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