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7일 메이저리그 시애틀 소속으로 일본 도쿄돔을 찾아 마운드에 오른 이치로!. 도쿄=AP 뉴시스
이제 야구는 새로운 방식으로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45)와 함께 하려나 봅니다. 그 새로운 방식은 바로…
배팅볼 투수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치로!가 지난해 5월 특별 보좌역을 맡은 다음부터 자기 트레이드마크인 세심함(meticulousness)을 배팅볼 투구 연습에 쏟아 붓고 있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치로!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01~2012년 뛰었던 시애틀에 복귀했지만 43타석에 들어서 .220/.256/.220을 기록한 뒤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시애틀 구단은 이후에도 이치로!가 선수단과 함께 연습하는 건 물론 방문 경기 일정도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규정상 선수나 코치스태프가 아닌 이치로!가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이치로!가 선택한 곳이 바로 실내 타격 연습장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실내 연습장 풍경.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NYT는 "이치로!는 이 연습장에서 배팅볼 투수가 팔이 아파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가 평생 해온 일을 시작했다. 바로 만약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뒤 이치로!는 때로는 공을 받아주는 동료와 함께 때로는 텅 빈 그물망을 향해 하루에 최대 200개까지 공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그 공을 쳐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러면서 이치로!가 실내 타격 연습장에서 배팅볼을 던지는 건 일상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지난해 6월 5일 휴스턴 방문 경기를 앞두고는 그라운드 위에서 배팅볼을 던져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치로!는 타자 세 명에게 150개가 넘는 배팅볼을 던졌습니다.
지난해 6월 5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배팅볼을 던지고 있는 이치로! 휴스턴=교도(共同)통신
올해 짧은 복귀에서 돌아온 뒤에도 이치로!는 계속 실내 타격 연습장에서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면서 시애틀 선수들에게 연습용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2015년 이치로!와 감독과 선수로 마이애미에서 한솥밥을 먹은 마이크 레드먼드 현 콜로라도 코치는 "이치로!는 틀림없이 세계 최고 배팅볼 투수를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시애틀 외야수 미치 해니거(29) 역시 "그 전까지는 배팅볼 투수가 연습한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다. 반면 이치로!는 그가 지금껏 해온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온 정성을 다해 배팅볼 투구를 연습한다"면서 "이치로!는 분명 배팅볼 투구를 아주 잘 던지고 싶어하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좋은 배팅볼 투수가 되려면 꾸준한 템포로 계속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이치로!는 외야에서 공을 던질 때처럼 아주 부드러운 폼으로 딱 치기 좋을 공을 딱 치기 좋은 위치로 던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스틴 놀라(30)는 "이치로!는 빠른 공(포심)뿐 아니라 투심, 커터, 커브, 슬라이더를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던진 줄 안다"며 "누구보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알았던 타자가 그 어떤 배팅볼 투수보다 상황에 맞는 연습 투구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습니다.
레드먼드 코치는 "이치로!가 못하는 게 없다는 걸 모두들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가 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면서 "홈런 더비 참가 선수는 배팅볼 투수를 고를 수 있으니 이치로!가 정말 홈런 더비에 (배팅볼 투수로) 참가하는 걸 봐도 놀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치로!는 마이애미에서 뛰던 2015년 10월 4일 필라델피아 방문 경기 때 팀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루타 두 방을 얻어 맞으면서 1점을 내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구단은 이번 주말을 이치로!가 시애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이치로! 위크엔드'로 꾸몄지만, 이치로!가 언젠가 너클볼 투수가 되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