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야구가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45·사진)를 떠나 보낼 준비를 모두 마쳤나 봅니다.
일본 교토(共同)통신은 21일 도쿄돔에서 열리고 있는 2019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 2차전 도중 "이 경기가 이치로가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치로!는 이 경기에 시애틀 9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으며 첫 타석에서는 3루수 파울 뜬공,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난 상태입니다. 이치로!는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개막전에서도 오클랜드를 상대로 볼넷 하나를 얻었지만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1타수 무안타).
사실 이치로!는 지난해 5월부터 이미 은퇴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현역 복귀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고, 1월말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면서 그라운드로 돌아왔습니다.
계약 때부터 전망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이번 개막전에만 출전하려고 계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래도 이치로!니까 정말 쉰한 살까지 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스프링캠프 성적만 보면 전자 쪽 의견에 무게가 실렸던 게 사실. 이치로!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25타수 2안타(타율 .080)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시애틀은 공식 개막전을 앞두고 도쿄돔에서 원래 이 구장 주인 요미우리(讀賣)와 연습 경기를 두 번 치렀는데 이치로!는 이번에도 6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 결국 8회말 수비를 시작하면서 시애틀은 우익수 자리에서 이치로!를 빼고 브래든 비숍(25)을 투입했습니다. 공수 교대 시간에 수비 위치로 나갔던 이치로!는 더그아웃으로 걸어오면서 도쿄돔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Heroes get remembered. #MLB開幕戦 pic.twitter.com/Wv5eRpzOPE
— MLB (@MLB) March 21, 2019
이에 앞서 이치로!는 8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었습니다. 상대 유격수 쪽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땅볼을 친 이치로!는 늘 그랬듯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지만 아웃을 세이프로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이로써 이치로!는 역대 22위에 해당하는 통산 3089안타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습니다. 2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앨버트 푸홀스(39·LA 에인절스)가 3082개로 새 시즌을 맞이하니까 2019 시즌이 끝났을 때는 순위가 바뀔 확률이 높습니다.
아, 물론 이치로!가 프로야구에서 때린 안타가 3089개가 전부는 아닙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로 건너가기 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9년간 뛰면서 안타 1278개를 남겼습니다. 이러면 통산 안타는 4367개가 됩니다. 참고로 피트 로즈(78)가 보유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은 4256개입니다.
그렇다고 이치로!가 로즈를 뛰어 넘는 '안타왕'이었다고 단정짓기는 곤란합니다. 로즈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안타 427개를 기록했기 때문에 이를 더하면 통산 4683 안타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치로!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오늘 경기를 끝으로 일본에서 9년, 미국에서 19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계속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게 돼 영광이다. 현역으로 뛴 28년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나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 구단 관계자,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치로!가 받은 첫 질문은 은퇴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이치로!는 "절대 은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쉰 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던 건 맞다. 결국 말만 앞선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웃으면서 "그게 목표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이루기 어렵더라도 직접 말로 하는 건 목표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당장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내일도 훈련을 할 것이다. 그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지도자로서는) 프로 세계보다는 아마추어 쪽에 관심이 있다. 일본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이 특수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제 선수 이치로가 아닌 원래의 이치로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치로!는 "10년 연속 200안타를 치고, 올스타전에 나선 건 내 야구 인생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어떤 기록보다 야구에 대한 내 사랑과 자부심이 중요하다. 나는 정말 야구를 사랑한 것 같다"는 말로 85분에 걸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야구는 정말 이치로!를 떠나 보내게 됐습니다. 이치로!가 없는 야구는 분명 예전과 100% 똑같을 수 없을 겁니다. 많이 미웠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이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