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시애틀·사진)가 쉰한 살이 되려면 아직 6년 남았지만 아무래도 야구는 이치로!를 떠나보내야만 하나 봅니다. 


이치로!가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안방 6연전이 끝나면 은퇴를 선언할지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시애틀은 오클랜드-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와 안방 6연전을 치른 뒤 방문 7연전에 돌입합니다. 이치로!가 방문 일정을 따라가는 대신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게 이 전망 내용입니다.


이렇게 예상한 건 시애틀 지역 캐스터 브래드 애덤.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이날 경기 전 이치로!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혹시 모르는 분께 말씀드리자면 지난해까지 마이애미에서 뛰었던 이치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로 돌아왔습니다. 이 소식을 1면 톱으로 전한 '시애틀 타임스'도 그에게 예전 같은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치로!는 '똑딱이' 대명사지만 그가 타율 .300을 기록한 건 시애틀에서 뛰던 2010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대신 어린 선수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멘토' 노릇을 기대했을 터. 문제는 멘토 역시 25인 로스터 한 자리를 잡아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백업 선수에 걸맞은 성적 정도는 올려줘야 할 텐데 이치로!는 올 시즌 현재 14경기에서 43타석에 들어서 .220/.256/.220을 기록한 게 전부입니다. 타율과 장타력이 .220으로 같다는 건 장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는 뜻. 지난해까지 통산 590개를 기록했던 도루도 올 시즌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럴 때는 메이저리그보다 1군, 퓨처스리그(2군) 이동이 자유로운 한국 프로야구도 고민에 빠지게 마련. 이런 베테랑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가 다시 은퇴 경기라도 하려고 부르려면 한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는 더하죠. 현실적으로 시애틀 구단이 내릴 수 있는 조치는 방출이 최선입니다. 


애덤 캐스터가 '이치로!가 시애틀 선수로(as a Mariner) 은퇴하고 싶다고 느꼈다'고 쓴 건 그런 까닭 때문입니다. 이번에 은퇴를 선언하면 구단 관계자 머리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시애틀 선수 자격으로 유니폼을 벗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4·LA 에인절스)가 발목 부상으로 선발 등판을 한 번 거르게 된 것도 이치로!가 은퇴하기로 한 걸 더욱 아름답게(?) 만들지 모릅니다. 오타니는 지난달 28일 경기에서 타격 후 1루로 뛰던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 2일 볼티모어를 상대로 선발 등판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상황. 부상이 심한 건 아니기 때문에 4일부터 시작하는 시애틀 방문 3연전 때는 오타니가 선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쇼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치로!와 맞대결을 벌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두 선수는 아직 맞대결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졸업 문집에 "1류 야구 선수(一流のプロ野球選手)가 되겠다"고 썼던 초등학생은 결국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안타를 4367개 때린 초일류 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제가 괜히 이름을 쓸 때마다 느낌표를 붙여 이치로!라고 쓰는 게 아닙니다. 


과연 이치로!를 떠나 보낸 야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야구를 떠난 이치로!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그래도 계속 아침으로 식빵과 국수만 먹을지, 2005년 이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휴가는 떠날지, 떠난다면 그때도 전용 베개를 챙겨 갈지… 


아, 왜 맨 처음에 쉰한 살이라고 했느냐고요? 그건 이치로!가 그 나이까지 현역 생활을 하겠다는 뜻으로 등 번호 51번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래 뛰기도 했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거 가운데 이치로!보다 연장자는 바톨로 콜론(45·텍사스)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둘은 같은 해(1973년)에 태어났는데 생일이 콜론(5월 24일)이 이치로!(10월 22일)보다 더 빨라서 콜론이 형입니다. 그래도 이치로!라면 정말 쉰할 살까지 뛸 줄 알았는데 이치로!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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