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i's Sportugese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계신 분이라면 제가 지난달 1일 "메이저리그 '투수'의 흔한 수비.mp4"라고 써서 올린 동영상을 보셨을지 모릅니다.
해시태그로 쓴 것처럼 이 선수는 마이클 로렌젠(27). 아메리칸리그에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5·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있다면 로렌젠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니도류(二刀流)' 그러니까 투타겸업 선수입니다.
투수와 야수로 모두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마이클 로렌젠. 신시내티 트위터 캡처
로젠센은 풀러턴캘리포니아주립대를 출신으로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38순위(밸런스픽)로 신시내티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드래프트 당시 신시내티는 로젠젠을 오른손 투수로 분류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도 2015년 4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 때 선발 투수로 치렀습니다.
2015년 선발 21번을 포함해 총 27번 마운드에 올라 4승 9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한 로젠센은 이듬해 구원 투수로 보직을 바꿉니다. 로젠센은 2016년 35경기에 나와 2승 1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면서 불펜에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로젠센은 이해 8월 19일 안방 경기 때 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페드로 바에즈(31)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로렌젠은 2017년 83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하는 한편 4월 6일 안방 경기 때 4-4로 맞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필라델피아 투수 애덤 모건(29)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여전한 방망이 솜씨를 자랑했습니다.
진짜 방망이에 불방망이를 자랑한 건 지난해. 로렌젠은 6월 24일 대타 1점 홈런을 시작으로, 그달 29일에는 구원 투수로 나와 솔로 홈런을 쳤고, 다음날에는 다시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경기당 전부 1타석씩만 들어섰기 때문에 이 홈런 세 방은 3연타석 홈런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3연타석 홈런을 날린 건 2001년 마이크 햄튼(47) 이후 로렌젠이 17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29일 3점 홈런 하나를 추가한 로렌젠은 올해 외야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진짜 니도류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4일 안병 경기에서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신시내티가 필라델피아에 5-4로 앞서 있던 7회초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로렌젠은 1사후 대타 제이 브루스(32)에게 동점 1점 홈런을 얻어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7회말 7회말 호세 이글레시아스(29)가 1점 홈런을 치면서 신시내티가 다시 6-5로 앞서 나갔고 로렌젠은 8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았습니다.
이어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투수 블레이크 파커(34)가 던진 컷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단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때렸습니다. 8-5로 앞선 9회초 신시내티 데이비드 벨 감독은 마무리 투수 레이셀 이글레시아스(29)를 마운드에 올리고 로렌젠은 중견수 자리로 보냈습니다.
레이셀이 삼자범퇴로 9회초를 마무리하면서 로렌젠이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로렌젠은 이로써 한 경기에서 홈런도 치고, 야수로 수비에도 나서면서 승리투수 타이틀까지 얻게 됐습니다. 해마다 2430경기(30개 팀당 162경기 기준)를 치르고,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게 흔한 풍경으로 자리잡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기록이 나온 건 1921년 6월 13일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던 베이브 루스(1895~1948) 이후 로렌젠이 처음입니다.
로렌젠이 이날 때린 홈런은 본인 생애 일곱 번째 홈런이었습니다. 로렌젠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5년 이후 이보다 홈런을 많이 친 건 12홈런을 기록 중인 샌프란시스코 선발 매디슨 범가너(30)뿐입니다. 범가너는 이 기간 328타석에 들어선 반면 로렌젠은 3분의 1 정도(33.8%)인 111타석이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