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썼던 글에 이어 이번에도 손가락 가는 대로 쳐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자료 보존 차원에서 일부 수정 및 가공을 거쳐 블로그에 남겨 놓습니다. 당연히 이게 정답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배구도 야구에서 세이버메트릭스처럼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상대 서브를 정확하게 받았을 때 우리 팀이 공격에 성공할 확률은 60.6%, 아닐 때는 49.0%다. 만약 실패를 분모에 포함시켜 아닐 때를 계산하면 42.6%로 내려온다. 25점 한 세트에 서브를 20번 정도 받으니까 리시브에 따라 1.2점 정도 차이가 난다. 5세트 경기 결과를 제외하면 세트당 득점이 제일 높은 삼성화재(23.5점)와 반대인 OK저축은행(22.3점) 차이하고 엇비슷하다.
• 배구에서는 서브는 여전히 (공짜) 서비스에 가깝다. 서브를 받는 팀이 점수를 따낸 확률은 69.8%(약 0.7)다. 만약 1-1에서 서브를 넣는다고 치자. 그럼 서브를 넣는 팀은 1.3-1.7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서브를 넣는 것이다. 에이스를 기록하면 2-1이 된다. 우리 팀에 0.7점을 보탰고 상대 득점에서 0.7점을 줄였으니 1.4점을 따내는 꼴이다. 같은 논리로 실패하면 0.6점 손해다. 2-1에서 이번에는 실패해 2-2가 됐다고 치자. 그럼 손해일까. 아니다 1.7-2.3에서 맞이할 랠리를 2.7-2.3에서 맞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브로 따낸 점수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 OK저축은행 마르코는 '그물 성애자'인지도 모르겠다. 마르코는 현재까지 그물에 공을 28번 때렸는데 우드리스(KB손해보험)과 함께 최다 기록이다. 네트터치 역시 전광인(한국전력)과 함께 6번으로 가장 많다. 이전에 한국 무대 경험이 있던 가스파리니(대한항공)과 바로티(한국전력)은 이제 V리그 코트가 좁은가 보다. 두 선수는 코트 바깥에 공을 떨어뜨린 횟수(각 55회)가 가장 많다. 타이스(삼성화재)는 블로킹에 가로 막힌 경우(53회)가 가장 많은 선수다.
• 현대캐피탈에서 문성민을 레프트로 기용하는 건 공격적인 면에서도 손해다. 로테이션 선수상 세터하고 대각에 섰을 때, 그러니까 라이트로 나왔을 때 문성민이 기록한 공격 성공률은 54.6%, 레프트였을 때는 51.9%다. 아, 물론 문성민은 리시브 성공률도 23.1%밖에 되지 않는다.
• "솔직히 성민이 형은 제가 맞추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빨라요." 현대캐피탈 세터 노재욱은 '(주 공격수) 문성민이 본인보다 이승원하고 호흡이 더 잘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승원이 자기한테 세트한 공 중에서 문성민이 득점에 성공한 건 55.6%, 노재욱이 띄웠을 때는 52.9%다. 팀 전체로 볼 때는 노재욱이 낫다. 노재욱이 세터일 때 현대캐피탈 공격 성공률은 55.4%, 이승원일 때는 53.1%다.
• (모르시는 분도 계셨을지 모르겠지만) 배구 선수는 경기 도중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자리를 바꾼다. 이때 앞에 있는 3명(전위)은 자유롭게 공을 때릴 수 있지만 후위에 있는 세 명은 네트 앞 3m를 벗어나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세터가 후위에 있으면 공격수 세 명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전위에 있을 때는 두 명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공격 성공률도 올라갈까. 물론 그렇기는 하다. 세터가 후위에 있을 때 공격 성공률은 53.4%로 전위 때 52.7%보다 높지만 0.7%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몰방배구 만세!)
• 배구에서 센터가 서브를 넣을 때는 우리 코트에 수비 전문 선수 리베로가 없다. 이게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상대 공격 시도 중에서 디그에 성공한 비율을 따져 보면 서브를 센터(35.5%)가 넣었을 때가 오히려 다른 포지션(34.6%)보다 (통계적으로 별 의미 없는 차이라고 해도) 높기는 높다. 물론 상대팀 공격 성공률은 센터가 서브를 넣으면 55.3%로 아닐 때 52.3%보다 3%포인트 높은데 이건 보통 센터는 서브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록은 프로배구 2016~2017 V리그 남자부 20일 경기까지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