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20·사진 오른쪽)이 20일 안방 경기서 '날개 공격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현대건설 양호철 감독은 흥국생명하고 맞붙은 이날 경기 2세트 때 5-8로 끌려 가자 라이트 황연주(30)를 빼고 세터 염혜선(25)을 투입했습니다. 이미 코트 안에서는 이다영이 세터로 경기를 조율하고 있던 상황. 염혜선이 코트에 들어선 뒤로 이다영은 세터가 아니라 오른쪽 공격수로 변신했습니다.


배구에서 선수들은 로테이션 순서상 포지션이 같은 선수끼리 대각에 섭니다. 이때 세터하고 짝을 이루는 자리가 바로 오른쪽 공격수, 즉 라이트입니다. 이 때문에 세터가 날개 공격수로 변신을 할 때는 레프트보다는 라이트 자리가 익숙합니다. 남자부에서도 삼성화재 세터 황동일(30)이 공격수로 변신할 때 자리가 라이트였죠.


 

또 세터와 라이트는 기본적으로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는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반 서브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으니 원레 세터였던 선수가 레프트 자리에 서게 되면 제 몫을 다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세터 두 명을 코트 안에 넣어두면 리시브가 조금 흔들려도 보다 안정감 있게 공격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황동일도 이런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선수가 아직 선수들 기량이 떨어지는 학생 배구에서는 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르기도 합니다. 축구에서 4-4-2 같은 방식으로 포메이션을 부르는 것처럼 배구에서는 공격수 숫자-세터 숫자로 포메이션을 나타냅니다. 4-2는 공격수 4명에 세터 2명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V리그 같은 성인 무대에서 가장 널리 쓰는 포메이션은 뭘까요? 단연 5-1 포메이션입니다.


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서면 로테이션 순서에 관계 없이 전위(앞줄)에 항상 세터를 둘 수가 있습니다. 배구 초심자가 많은 팀에서 쓰기 때문에 세터가 전위에 있어야 경기를 조율하기가 더 쉽습니다. 거꾸로 5-1 포메이션에서는 세터가 후위에 있을 때 전위에 공격수가 세 명 있기 때문에 공격을 풀어가기가 더 유리합니다. 4-2도 여의치 않을 때는 6-0을 쓰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한 선수가 세트(토스)를 책임지는 방식이죠.


6-2 포메이션도 있습니다. 세터 두 명이 경우에 따라서 공격에도 모두 가담하는 형태죠. 쿠바 여자 대표팀 등에서 이 포메이션을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공격과 세트에 능한 선수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6-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는 팀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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