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22일 여자부 김천 경기를 마지막으로 프로배구 2015~2016 NH농협 V리그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 경기서는 헤일리공사가 인삼공사가 안방 팀 도로공사에 3-2(25-16, 18-25, 21-25, 25-14, 15-10)로 재역전승을 거두고 11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헤일리(24·사진 왼쪽)가 38점을 책임졌습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10월 27일 GS칼텍스에 역시 3-2로 이긴 뒤 56일 만에 승점 2점을 추가했습니다. 그래도 7점으로 5위 GS칼텍스하고도 12점 차이입니다. 


원래 인삼공사는 짝수 해로 끝나는 시즌에 잘한다는 징크스가 있는 팀. 그런데 올 시즌에는 프런트에서 감독을 비난하는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걸 보면 후반기에도 반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거꾸로 현대건설(12승 3패)은 승점 35점으로 2위 IBK기업은행에 7점 앞서면서 독주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현대건설은 패한 세 경기도 모두 2-3으로 졌기 때문에 모두 승점 1점은 챙겼습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도 "전 경기에서 승점을 획득한 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을 들어 올린 건 역시 외국인 선수 에밀리(23·사진). '윙리시버'인 에밀리가 들어오면서 리시브 부담을 덜게 된 황연주(29·라이트)가 공격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양효진(26·센터)도 여전히 리그 넘버1 토종 선수입니다. 양효진이 올 시즌에도 블로킹 1위를 차지하면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를 통틀어 선동열 전 KIA 감독(52) 이후 처음 7시즌 연속 타이틀을 따내는 선수가 됩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도 선두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승점 56점으로 3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1위 도로공사하고 3점 차이였지만 결국 최종 성적도 3위였습니다. 현대건설이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2015~2016 V리그 전반기 엘로 레이팅

 순위  구단  승  패  승점  엘로 레이팅
 1  현대건설  12  3  35  1688
 2  IBK기업은행  9  6  28  1608
 3  흥국생명  9  6  25  1474
 4  도로공사  7  8  21  1455
 5  GS칼텍스  6  9  19  1434
 6  인삼공사  2  13  7  1281

※엘로 레이팅 설명은 여기



• 현대건설 뒤로는 IBK기업은행(28점), 흥국생명(25점)이 2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은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문제. 리시브가 흔들리고(리시브 성공률 38.1%·5위) 백업 요원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앞두고 도핑 때문에 코트를 떠난 수비형 레프트 곽유화(22·전 흥국생명) 영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곽유화는 현재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숙소 역시 수원에 있습니다.


시즌 초반 현대건설과 선두 다툼을 벌이던 흥국생명은 이재영(19)과 테일러(22)가 번갈아 빠지면서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에 연달아 패한 게 순위에 영향을 줬습니다. 두 선수가 나란히 돌아오고 나서도 GS칼텍스에 패했지만 전반적으로 선수 자원이 풍부한 편인 데다 다시 정상 전력을 되찾았으니 흥국생명은 후반기에도 계속 순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봅니다. 



• 여자부는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외국인 선수를 뽑은 게 전반기 성적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하향 평준화 됐으면 그에 맞게 전략을 짜야 하는 게 당연한 일. 


현대건설이 잘 나가는 이유가 바로 팀에 맞는 외국인 선수를 뽑았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 주장 양효진은 "지난 시즌에는 좋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국내 선수들 성적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우리 팀에 꼭 맞는 선수가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외국인 선수는 올해 일본 리그에서 배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반면 인삼공사는 여전히 헤일리에게 전체 공격 중 51.6를 맡기는 '몰방(沒放) 배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헤일리는 득점 1위(467점)지만 팀은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남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챔피언 OK저축은행이 13승 5패(승점 41점)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2라운드 막판부터 4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시 5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습니다. 이제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사실 남자부도 올 시즌 전반기는 OK저축은행이 독주하고 나머지 팀이 2위를 벌이는 구도였습니다.


역시나 선두 질주 원동력은 외국인 선수 시몬(28·쿠바·사진 오른쪽). 시몬은 전반기에만 트리플 크라운을 네 번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코트 위에서만 잘한 게 아닙니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는 선수들을 불러 놓고 "다른 팀도 다 진다. 우리는 그저 지금 몰아서 지고 있는 것뿐이다. 초반에 승수를 많이 쌓아뒀기 때문에 져도 괜찮다"며 선수들을 독려했습니다. 김세진 감독이 '인성을 보고 뽑았다'고 말한 게 허튼소리는 아니었던 겁니다.


잘 나가는 OK저축은행에게 요즘 2% 아쉬운 건 주전 세터 이민규(22)가 부진하다는 것. 김 감독은 곽명우(24)에게 기회를 주면서 이민규가 컨디션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민규는 "그 동안 자만했던 것 같다. 벤치에 앉아 있으니 우리 팀 장점을 더 많이 알게 됐다.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는 팀이더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15~2016 V리그 전반기 엘로 레이팅

 순위  구단  승  패  승점  엘로 레이팅
 1  삼성화재  12  6  33  1625
 2  OK저축은행  13  5  41  1599
 3  대한항공  12  6  36  1537
 4  현대캐피탈  10  8  31  1435
 5  한국전력  8  10  24  1365
 6  KB손해보험  4  14  12  1315
 7  우리카드  4  14  12  1207



• 그 뒤로 상승세 대한항공(36점)과 삼성화재(33점)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사실 '엘로 레이팅'으로 보면 3위 삼성화재가 OK저축은행보다도 높게 나옵니다. 현재 분위기만 보면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은 물론 OK저축은행보다도 더 무섭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 레이팅은 외국인 오른쪽 날개 공격수 그로저(31·독일)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 일정 때문에 최소 세 경기 정도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로저는 오른쪽 다리에 문신(사진)을 새길 만큼 올림픽 출전에 각별한 의미를 두는 선수입니다.


대신 대한항공은 모로즈(28·러시아)라는 신형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데뷔전을 포함해 V리그 데뷔 후 두 경기서 맹활약한 건 사실. 그래도 여전히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필요는 남아 있습니다.



• 반면 '스피드 배구'를 표방한 현대캐피탈(승점 31점)은 제대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여전히 2위가 가능한 분위기지만 삼성화재하고 차이 나는 승점 2점이 참 멀어 보입니다. 


대한항공이 4연승, 삼성화재가 3연승을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감할 때 현대캐피탈 혼자 3연패로 전반기를 마감했습니다. 물론 일정 탓도 있습니다. 1주일 사이에 OK저축은행, 대한항공, 삼성화재를 모두 만났으니까요. 다행스러운 건 내년 1월 2일 우리카드하고 맞붙기 전까지 경기가 없다는 것.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경기 스타일은 달라졌는데 지는 패턴은 예년하고 똑같다는 게 문제. 이 팀 경기를 보면 문성민(29·사진)을 살리겠다고 오레올(29·쿠바)을 죽이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자주 듭니다. 그래서 결국 문성민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후반기 성적이 갈릴 전망입니다.



• 한국전력은 일단 외국인 선수가 지난 시즌만 못한 영향도 있지만 전광인(24)이 KB손해보험 김요한(30)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러니까 팀보다 나를 앞세우는 배구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세터 권준형(26) 문제이기도 하고요.


결국 이 글을 띄우고 나서 한국전력은 대한항공에서 세터 강민웅(30)을 트레이드 해왔습니다.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도 마찬가지로 세터가 문제입니다. KB손해보험 권영민(35)은 현대캐피탈에서 왜 그를 포기했는지 확인시켜 주고 있고, 우리카드 김광국(28)도 김상우 감독이 "프로 선수도 아니다"고 혹평했을 때하고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리카드 이승현(29)도 냉정하게 말해 '플루크'였고 말입니다.



• 올 시즌 프로배구는 크리스마스(25일) 때 올스타전을 치른 뒤 남자부는 27일, 여자부는 28일부터 4라운드 일정을 시작합니다.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는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웃는 자. 배구 공은 여전히 둥급니다. (혹시 쓰게 된다면) 올 시즌 V리그 정리 노우트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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