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KBSN과 5년간 총 200억 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구자준 KOVO 총재(사진 왼쪽)와 최철호 KBSN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방송권 계약 체결식'에서 V리그, 컵대회, 한일 톱매치 등 국내 프로배구를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KBSN은 SBS스포츠 등 다른 방송사나 포털 사이트에도 돈을 받고 이 권리를 나눠줄 수 있습니다.  


올 시즌까지 이전 세 시즌 동안 프로배구 중계권료는 3년간 100억 원이었습니다. 연평균 33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계약 기간도 5년으로 늘어났고 연 평균 금액도 40억 원으로 21.2% 늘어났습니다. 프로 원년이던 2005년 중계권료가 총 3억 원이었으니 11년 사이에 중계권료가 13.3배 뛴 셈입니다. 최 사장은 이 자리서 "배구가 겨울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앞으로는 배구가 계절을 타지 않는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KBSN에 따르면 V리그 시청률은 2010~2011 시즌 0.755%(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에서 지난 시즌 1.027%까지 올랐습니다. 참고로 KBSN에서 지난해 중계한 프로야구 시청률은 0.903%였습니다.


물론 당시 기준으로 하루에 네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와 많아야 두 경기가 열리는 프로배구 시청률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프로배구가 만만치 않은 방송 콘텐츠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예전은 더 인기가 많았던 (남자) 프로농구 시청률은 프로배구하고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26.5%)밖에 되지 않습니다.


▌4대 프로 스포츠 TV 중계 현황

 순위  평균 시청률  중계권료
 프로농구  0.272%  비공개
 프로배구  1.027%  33억 원
 프로야구  0.903%  450억 원
 프로축구  0.283%  65억 원

※2014년 기준, 자료: KBSN


전 세계 어떤 나라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큰 돈줄은 TV 중계권료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미디어 자원"이라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중계권료가 해당 리그 시장 규모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EPSN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 메이저리그 - 미국프로농구(NBA) -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순서로 메뉴를 짰는데 이제는 NBA가 메이저리그 앞에 옵니다. NBA 중계권료가 2위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배구를 여전히 농구하고 묶어 놓은 네이버도 변화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물론 온라인 버즈(buzz)에서 프로농구가 4배 앞선다는 한국농구연맹(KBL)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로서는 굳이 이 순서를 조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종종 한국 언론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오히려 네이버에서 저 순서를 바꾸지 않아 현실을 왜곡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네이버에서 바꾸지 않으니 기사 생산 패턴이 예전 그대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KOVO도 할 일이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달리 KOVO는 아직 중계권료를 각 구단에 나눠주지 않고 있습니다. 돈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녀 13개 구단이 나눠 갖기엔 파이가 작은 것도 사실입니다.


파이를 더 키우려면 유소년 배구를 더 키워야 하는 게 당연한 일. KOVO에서 새로 생긴 연간 7억 원을 유소년 배구 지원에 좀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계약서에 유소년 배구 대회 중계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는 건 일단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KBL이나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고민해 볼 거리가 있을 겁니다. KBL은 2009년 ㈜에이클라하고 중계권 계약을 맺은 뒤로 중계권료를 비공개로 하고 있어 뒷말이 무성한 상태고, 프로축구는 오히려 돈을 주고 중계를 해달라고 해도 방송사에서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두 종목 시청률이 저조한 데는 분명 두 단체 잘못도 있을 겁니다. 포화시장에도 대못을 박을 수 있으니 세상에 '마케팅'이라는 낱말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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