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팀들은 수비에 신경을 엄청 쓴다. 경기를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를 때렸는데 상대 팀 리베로가 미친 짓(crazy things)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스파이크 스피드 같은 공격 스타일을 잘 조절해야 한다. 아직도 세터하고 호흡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지만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에서 뛰는 얀 스토크(32·체코·사진 오른쪽)가 유럽 팬들에게 한국 V리그 경험담을 전했습니다. 스토크는 유럽배구연맹(CEV)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원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부터 1, 2년 정도 아시아 무대를 경험하고 싶었다"며 "여권에서 생년월일을 보고 나니 이제 가야 할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국 진출 배경을 전했습니다. 1997~1998 시즌 체코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스토크는 2004~2005 시즌 이탈리그로 자리를 옮겼고 러시아 리그를 거쳐 이번 시즌 한국전력에 합류했습니다.
처음 팀에 합류해 그가 가장 놀랐던 건 훈련 풍경. 스토크는 "한국 선수들은 꼭 기계처럼 수백 번씩 연습하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나서도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 한국 생활을 한 지 어느덧 넉 달이나 됐기 때문에 나도 많이 익숙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즌 개막하기 전에 운동장에 데려가서 계속 뛰고 또 뛰게 했던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평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경기 내용도 낯설었을 게 틀림없는 일. 스토크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선수끼리 일대일로 맞붙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팀마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씩밖에 없기 때문에 두 선수 중 누가 점수를 더 많이 내는지 경쟁해야 하고 또 네트 앞에서도 서로 블로킹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특히 그로저(31·독일)를 보면 삼성화재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선수는 그로저 혼자뿐인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로저(31·독일·사진 오른쪽)는 '이제 괜찮다'는 의견입니다. 독일배구협회(DVV)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그로저는 "나는 스파이크를 경기당 60~70개 정도 때린다. 다른 날개 공격수들은 10~15개가 전부"라며 "처음에는 당연히 어깨가 아팠다. 그런데 스파이크 1000개가 넘어갔더니 불편한 게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전담 물리치료사가 경기가 끝나면 근육을 잘 풀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얘기.
그로저도 처음에는 훈련량에 놀랐습니다. 그로저는 "한국 선수들은 정말 미친 것처럼 훈련한다. 훈련은 아주 힘들고 강렬하다"면서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정말 배구를 사랑한다. 여태 삼성화재처럼 선수를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준비된 팀을 본 적이 없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나도 훈련을 따라 하다 보니 점점 몸이 좋아지고 있다. 허벅지가 튼실해져 바지가 작아질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저는 "득점을 할 때마다 팀 동료들하고 함께 코트를 돌면서 기뻐하는 동시에 서로를 격려한다. 이 세리머니를 통해 선수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올림픽 예선을 마치고 돌아가 팀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대표팀 멤버인 그로저는 내년 1월 5~10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럽 예선에 출전하느라 자리를 비웁니다.
스토크는 '친절한 체코 거인'이라는 별명처럼 젠틀하기로 이름난 선수. 인터뷰에서 보듯 그로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계획대로 내년 시즌부터 남자부도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실시하게 되면 이렇게 레벨이 높은 선수는 보기 힘들겠죠. 두 선수 모두 다치지 말고 한국 생활을 잘 마무리하기를 빌어봅니다.